영하 196도의 극저온에서도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잘 변형되지 않는 합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김형섭·손석수 포항공대(포스텍) 교수팀은 최근 항복강도(원래 모양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가하는 힘)가 1㎬(기가파스칼·압축강도 단위)에 달하는 고강도 합금을 만들어 냈다. ㎬는 압축강도의 최상위 단위다.
일반적으로 합금을 만들 땐 합금 원소를 첨가할수록 금속간 화합물이 형성돼 해당 소재의 기계적 성질을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다량의 합금 원소를 첨가하는 건 제한돼 있다. 그간 학계에서는 기존 합금과 달리 한 원소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주요 원소로 작용해 금속간 화합물을 형성하지 않는 합금을 '고엔트로피 합금'이라고 불러 왔다. 고엔트로피 합금은 극저온으로 낮아질수록 강도와 연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항복강도가 떨어져 극한 환경의 구조재료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진은 자체적인 열역학 계산에 따라 고엔트로피 합금이면서도 항복강도가 높은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대다수 합금은 균질화 처리 후 고온에서 압연해 미세 조직을 형성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되지만 연구팀은 균질화 처리 후 열간 압연 없이 바로 높은
손 교수는 "새로운 고엔트로피 합금은 극지방용 선박이나 원유·액체가스 운반용기, 우주항공·심해산업용 소재 등에 다양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