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랜드로버] |
발견이라는 뜻의 차명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디스커버리는 그러나 단지 모험을 위한 남자의 동반자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대 7명이 탈 수 있는 패밀리 SUV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친 매력을 지닌 오프로더이지만 자상함을 품고 온로드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외강내유' SUV다. 게다가 영국 태생답게 정장 입은 신사가 도심에서 운전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이율배반 매력도 지녔다.
디스커버리는 지난 1989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뒤 1998년 디스커버리2, 2004년 디스커버리3, 2010년 디스커버리4로 진화했다. 누적 판매대수는 120만대다. 국내에서도 1만대가 팔렸다.
오는 10일 국내 출시될 올뉴 디스커버리(8930만원~1억790만원)는 5세대 모델이다. 랜드로버의 기존 네이밍 법칙에 따르면 디스커버리5로 불러야 하지만 '디스커버리'라는 본래 이름으로 돌아간 뒤 '올뉴'를 덧붙였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혁신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과 혁신의 결합은 외관, 실내, 성능 등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70x2000x1850mm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2923mm다. 5m에 육박하는 덩치와 3m에 근접하는 휠베이스를 지닌 거구다. 7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는 패밀리 SUV답다.
프레임 구조는 모노코크 방식을 채택했다. 프레임 구조에서 벗어나 레인지로버에 활용한 D7u 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새시로 거듭났다.
강철 프레임 대신 차체 85%를 알루미늄으로 짠 뒤 복합 플라스틱 소재와 마그네슘을 사용해 차체 무게를 480kg 감량했다.
프레임에서 알 수 있듯이 랜드로버는 알루미늄 사용에 일가견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영국군에 제공한 지프의 프레임에다 전쟁 때문에 부족해진 철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차가 랜드로버의 시초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에서도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파악할 수 있다. 계단처럼 뒤쪽으로 솟은 지붕은 전통을 계승했다. C필러(뒷문과 뒤 유리창 사이의 기둥)는 꼿꼿하게 세웠던 이전과 달리 앞쪽으로 기울게 설계해 세련미와 역동성을 향상했다.
LED 장점을 살려 가늘게 디자인한 헤드램프, 위아래 길이가 다른 비대칭 벌집 구조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세련미를 한층 살려준다. 조개껍질에서 영감을 받은 보닛은 매끄러운 이미지다.
앞 도어 앞쪽에 있는 사이드 벤트는 손잡이가 없는 칼 모양이다. 가로로 길게 파인 캐릭터 라인과 이어져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뒷모습은 얇은 사각형태의 LED 리어램프, 볼륨을 강조한 수평선 처리, 왼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한 비대칭 번호판은 개성과 안정감을 동시에 추구했다.
리어 스포일러는 접지력 향상, 고속주행 안정성·코너링 향상, 연비효율성 증대 등의 기능과 함께 테일 게이트나 뒤 유리에 쌓이는 먼지를 줄여주도록 배치됐다.
실내는 수평적인 대시보드와 수직선을 도드라지게 배치한 센터스택으로 세련미를 강조했다.
모니터, 공조장치 작동 버튼, 송풍구 등은 간결하게 배치해 조작 편의성과 심플한 멋을 동시에 살렸다.
패밀리 SUV답게 탑승자들의 편의성 향상에도 공을 들였다.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 기획 단계에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가족 중 4~9세 어린 자녀를 모은 뒤 가족과 함께 한 즐거운 추억을 시제작차 표면에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가족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등장한 게 가족 모두가 각자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9개의 USB포트, 4개의 아이패드를 동시에 보관하면서 충전할 수 있는 센터콘솔 컵홀더 아래 수납공간이다.
온도조절시스템 패널 뒤에는 스마트폰과 지갑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숨겨뒀다. 전좌석에 히팅 시트도 적용했다.
적재공간은 기본 1137ℓ이고 2·3열을 접으면 2406ℓ다. 스페어 타이어는 트렁트 밑이나 뒤가 아닌 하체 밑에 부착됐다. 공간활용성이 뛰어나지만 트렁크 뒤쪽 외부에 노출돼 야성미를 발산하던 모습을 선호한 소비자들에게는 감점요인이 될 수도 있다.
2·3열 시트는 14초만에 접을 수 있다. 터치스크린, 차량 내부 버튼은 물론 인콘트롤 리모트 스마트폰 앱으로 7개의 좌석을 배열할 수 있다.
캠핑이나 나들이 때 트렁크 쪽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동식 이너 테일게이트 폴딩 패널도 갖췄다. 성인 34명에 해당하는 300kg의 하중을 버틸 수 있다.
시승차는 디스커버리 TD6 런치 에디션이다. 배기량 2993cc V6 터보 디젤 엔진, 8단 자동변속기,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61.2kg.m, 연비는 9.4km/ℓ다.
자동 승·하차 모드가 활성화되면 차에 타거나 내릴 때 차고 높이가 최대 40mm 낮아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앞이 시원하게 보인다. 시야가 가리는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에서 시야를 확보해주는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휠은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다. 적은 힘으로도 2.5t의 거구를 조종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게 움직인다. 무게 잡고 천천히 움직이는 헤비급 레슬링 선수가 연상된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힘을 주자 재빠르게 움직인다. 강력한 토크발은 몸을 움찔하게 만들 정도로 치고나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가속페달을 세게 밟지 않는 한 엔진 회전수는 낮은 상태에 머물렀다. 8단 변속기는 기어를 잘게 쪼개 부드러운 변속 성능을 발휘했다.
차체가 높아 바람소리가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조용한 편이었다. 고속에서 차체 흔들림도 적었다. 공기저항 계수는 기존 모델의 0.4보다 줄어든 0.33이다. 그만큼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했다는 뜻이다.
아스팔트 도로보다 시끄러운 시멘트 도로였지만 노면 소음도 잘 잡았고 자잘한 진동도 매끄럽게 흡수했다.
랜드로버의 자랑인 전자동지형반응시스템은 정통 오프로더인 랜드로버 디펜더에 못지않게 디스커버리를 오프로드의 제왕으로 만들어줬다.
잔디·자갈·눈, 모래·암석, 진흙 등 노면 상태에 맞는 모드를 선택하면 험로 탈출과 주행이 안전하고 편해진다. 바퀴가 미끄러지는 40도 경사의 미끄러운 내리막길도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고, 한쪽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으로 탈출한다.
로우 레인지 기어박스는 기어비를 더욱 낮게 설정해 전·후륜에 전달되는 동력을 제어, 가파른 오르막·내리막에서도 차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운전보조시스템을 작동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앞바퀴쪽, 앞쪽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과 내리막 경계지점 등 사각지대를 살펴보면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퍼스트 에디션 모델에 적용한 전자동지형반응시스템2는 '오토' 모드를 갖췄다. 로우(LOW)와 오토 모드를 선택하면 운전자가 노면 상태에 따라 모드를 바꿔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차가 '알아서 척척척' 노면 상태에 맞는 모드를 선택한다. 수고는 덜었지만 오프로더의 재미는 살짝 반감된다. 하지만 오프로드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운전자에게는 효자 시스템이다.
하이라이트는 '도강' 테스트. 디스커버리의 도강능력은
디스커버리는 폼만 잡는 럭셔리 SUV가 아니다. 편안한 도심 출퇴근용, 모험을 위한 오프로드용, 안락한 가족 나들이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다목적 SUV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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