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달 동안 인턴으로 일하면 8000달러를 드립니다.'
페이스북은 최근 여름 인턴을 모집하면서 평균 8000달러의 월 급여를 제안해 실리콘밸리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급여 뿐만 아니라 원룸 형태의 주택도 제공한다. 음식이나 교통비 등도 모두 공짜이다. 주말마다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축제나 이벤트도 모두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최근 인턴에게 억대 연봉을 제안해 정식직원으로 채용했던 사실까지 알리며 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페이스북 뿐만이 아니다. 애플과 구글도 우수한 인재들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여름방학 시즌을 노리고 있다. 애플에서 인턴을 했던 한 대학생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마치 조그마한 스타트업에서 창업 관련된 일을 하다가 나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인재들이 방학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6~7월 시즌이면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먼저 대학생들을 입도선매하는 기업들이 있다. 모두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이 그들이다. 몇년 전 '핏빗'이나 '킥스타터' 같은 스타트업들이 우수 인재를 먼저 확보하려고 인턴십 혜택을 크게 높인 적이 있다. 그러자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월등히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는 어마어마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인재와 지적재산권을 끌어들이는 변화무쌍한 백상어들이 서식한다.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은 물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덩치만 컸지 변화에 서툴렀던 과거의 대형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그마한 시그널에도 조직과 인재를 변화시키는 속도를 보면 왠만한 스타트업을 능가한다. 만일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나타나면 아예 인수·합병(M&A)을 하거나 고액 연봉을 주고 소화·흡수해 버린다.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 재빠르게 나아가서 시장을 선점해 버리고 또 다른 영역으로 넘어간다. 덩치와 무자비함은 골리앗이지만, 다윗보다 빠르고 재치있는 존재다. 실리콘밸리 백상어들만의 특징이다.
거대한 기업들임에도 재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사업단계는 스타트업인데, 이미 규모는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많다는 점이다. 구글만 해도 ▷IT 인프라 회사(구글 파이버) ▷인공지능(구글 어시스턴트) ▷하드웨어(크롬캐스트, 픽셀) ▷메신저(알로) ▷미디어(유튜브) ▷핀테크(안드로이드 페이) ▷광고(애드익스체인지) ▷자율주행 (구글맵스)처럼 다양한 신사업들을 영위한다. 페이스북도 ▷가상현실(오큘러스) ▷인공지능(자비스) ▷e커머스(페이스북 바이 ) ▷인프라 (아퀼라) 같은 초대형 스타트업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돋보이는 기업은 실리콘밸리 팰러알토에 본사를 둔 테슬라다.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서 스페이스X, 솔라시티 같은 메가 프로젝트들이 더해지면서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가총액이 한때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GM을 넘어설 정도로 몸집이 커지기도 했다.
이런 '백상어' 기업들은 이미 자본시장에서 확연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인 로버트 보로저디는 최근 보고서에서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불리우는 이들 그룹은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면서도 주식의 변동성은 마치 채권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보통 IT 기업들은 흐름에 따라 주식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현금보유고가 급증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볼 때는 매우 안정적인 기업이 되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 독점력이 없어도 경쟁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기업'이 됐다.
이곳 백상어들은 전통적인 3차 산업혁명의 강자들에게도 '변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이었던 GE의 변화가 그것이다. GE는 최근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오는 8월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GE의 최고 경영자 교체는 16년 만이다. 이멜트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백색가전과 금융 위주의 GE에 에너지·항공·헬스케어 등 미래지향적 사업들을 포함시켜 변화를 모색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멜트 회장이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GE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 반열에는 들지 못했다. 이멜트 회장은 자신의 뒤를 이을 존 플래너리 GE 헬쓰케어 대표에 대해 "지금 그가 알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익힐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로 인해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지금 GE의 최고경영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이라는 얘기다.
전통적 자동차 기업인 포드 역시 백상어들의 도전에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지난 5월 CEO인 마크 필즈를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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