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당장 '기본료 폐지'는 피했을 지 몰라도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과 보편 요금제 도입이란 더 센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민공약이란 명목으로 통신비 인하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2014년 도입된 선택약정 요금할인은 약정 기간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제도로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처음엔 12%였는데 2015년 4월 20%로 인상됐다. 이번에 25%로 다시 오르면 당장 연간 손실이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손실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할인율이 높아진 만큼 가입자들이 공시지원금보다 선택약정 할인을 선택할 게 뻔하다. 국정기획위는 가입자와 할인 혜택 증가로 1조원 규모 요금할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스란히 통신사에는 매출감소로 이어진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나눠서 부담하는 단말 지원금과 달리 요금할인은 이동통신사가 전액 부담한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택약정 할인율을 상향할 경우 선택약정 가입자 비율을 유지하고 할인율만 25%로 올려도 연간 3200억원, 가입자 비율이 30%로 증가하면 5000억원, 40%로 증가하면 1조1000억원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애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가입자와 받지 않는 가입자간 차별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만큼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법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통신비를 인하하면 통신요금을 미래부 장관이 정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이동통신 3사는 공동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미래부로부터 공문을 받아본 뒤 결정하겠지만 이동통신 3사가 공동으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개호 경제2분과위원장은 "할인율이 5% 추가되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과 통신업계의 투자여력을 모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편적 요금제는 더 큰 타격이다. 현재 내놓은 통신요금제보다 1만원 이상 싼 요금제를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고스란히 통신사 수익감소로 직결된다. 통산업계 관계자는 "보편 요금제까지 도입되면 수조원을 손실이 불가피해 사실상 문을 닫으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현재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성장과 직결된 사업에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막대한 수익감소가 국내 통신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9년 상용화를 앞둔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전세계 통신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2020년까지 13조원을 투입해 5G 등 미래 신성장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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