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네요. 괜찮은 여름 신상품 없나요."
유통가와 식음료업체들은 지난해 5월 갑자기 찾아온 더위에 당혹스러웠다. 여름 신상품은 통상 6월에 출시되는데 소비자들이 더위를 식혀줄 제품들을 일찍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전략을 바꿨다. 패션업체들처럼 한 시즌 앞서 여름 신상품을 내놓아 이른 더위에 대비하고 있다.
식음료업체들은 지난 4월 말부터 여름 신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초고압살균과 동결건조 등 공법으로 유통기한을 늘렸다. 유통가 역시 예년에는 6월에 시작했던 여름 상품 이벤트를 4월 말로 앞당겼다. 7~8월 여름 휴가 패키지에 집중하던 호텔들도 6월부터 '얼리 서머(Early Summer) 패키지를 내놓고 달라진 계절에 대응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낭패를 본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올해는 재빨리 여름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이디야는 얼음과 원재료를 갈아만든 음료 '플랫치노'를 지난해보다 두 달 앞당긴 지난 4월 25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할리스커피는 여름철 차 음료 '스파클링&크러쉬'를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른 8일에 출시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 역시 아이스 디저트 '쿨쉑쉑 3종'을 지난해보다 12일 빠른 지난 5월 1일에 내놓았다.
일반 레스토랑과 뷔페 메뉴판에도 여름 메뉴가 대거 올라 있다. 한식뷔페 '올반'은 토마토 화채, 김치묵사발 등 여름 신메뉴를 예년보다 20일 정도 빠른 지난 4월 21일부터 판매했다. 푸드홀 브랜드 '푸드엠파이어'와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 '밥이 밥이다'도 여름 콘셉트 메뉴를 지난해보다 10일 앞당긴 지난 5월 22일 선보였다.
이른 더위에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에어컨과 선풍기, 맥주, 보양식, 여름 과일 등의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마트에서는 5월 한 달 간 에어컨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6.2% 급증하면서 모든 상품군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에어컨이 5월에 월간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은 1993년 이마트 개점 이후 처음이다. 선풍기 역시 5월 매출이 21.2% 증가하면서 이달에만 약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여름이 성수기인 맥주는 지난달 이마트에서 매출이 28.5% 증가하면서 전체 상품군 중 매출 2위를 차지했다. 예년에는 7월 이후에 주로 팔리는 보양식도 올해는 5월부터 불티나게 팔려 이마트에서 지난달 장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04.1%나 급증했다. 가정간편식인 피코크 삼계탕 매출도 63.3%나 뛰었다. 대표적인 바캉스 식품인 삼겹살도 5월 매출이 15.3% 증가하는 등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5∼10%가량 올랐다. 여름 과일인 수박, 자두, 참외 매출도 각각 6.8%, 99.4%, 9.7% 늘어났다.
또 이마트는 지난 4월 27일 비치웨어를 작년보다 4주 앞당겨 매장에 투입하고 할인행사도 진행했다. 보통 비치웨어 행사가 6월부터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덕분에 지난 5월 이마트 데이즈 래시가드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78%나 신장했다.
호텔들도 일찍 찾아온 여름에 시원한 휴식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패키지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7월 15일까지 판매되는 롯데호텔서울 '슈페리어' 패키지(26만원)는 1박과 조식, 빙수,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2매를 제공한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최근 '얼리서머 플래시 세일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16일까지 서울, 인천, 부산, 제주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 숙박권을 최대 25% 할인한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7월 14일까지 '오아시스 얼리 서머 패키지'를 판매한다. 객실 1박과 조식, 실내 및 야외 수영장·피트니스 센터 입장권 등으로 구성됐다.
여름의 불청객인 모기도 빨리 활동을 시작해 모기 퇴치 용품 구매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모기기피제 판매가 최근 한 달(4월 29일~5월 28일)간 전월보다 무려 6배(507%)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기향 매출은 4배(309%), 모기파리살충제는 3배(279%) 더 팔렸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휴대와 착용이 간편한
[전지현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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