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매일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게 끝나니까, 뭔가 할일이 딱 멈춰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집에서는 아프다고 다들 배려해주는데, 당사자인 저는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통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유방암 환자 김 모씨(51)는 암 치료를 마쳤지만 여전히 심리적 혼란을 겪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팀이 최근 12개월 내 유방암 치료를 마친 환자 283명(평균 나이 48.5세)을 대상으로 주관적 행복감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측면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에서도 김씨와 같은 행태를 보인 암환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유방암 환자 10명중 6명은 행복함을 느끼며 새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주희 교수연구팀에 따르면, 이들 유방암 환자 중 14.5%(41명)가 자신의 현재 삶을 평가하면서 '매우 행복하다'라고 답했다. '행복하다'고 답한 43.8%(124명)을 더하면 절반이 넘는 환자가 암으로 인한 불행을 떨쳐내고 새 삶을 찾은 것이다.
행복감을 느낀 환자들이 느끼는 주관적 삶의 질(Quality of Life) 또한 67.6점으로 그렇지 않은 환자들(49.6점)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행복감을 느끼는 환자들은 신체, 감정, 인지, 사회 기능 등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였고, 암 치료 후 환자들이 흔히 겪는 피로, 통증, 불면 등의 증상들 역시 행복하다고 답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적게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행복감을 느끼는 환자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행복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강했고(27.2% vs. 11.9%), 삶의 목적(22.4% vs. 9.3%) 또한 분명했다. 무엇보다 희망이 있다고 답한 환자들 비율을 살펴봤을 때 큰 폭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36.4% vs. 8.5%) 특히 '삶의 목적'과 '희망'을 다른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에서 떼내어 보정 분석했을 때 이들 요인의 유무에 따라 환자들이 암 치료 후에도 행복을 느끼는 차이가 각각 2배,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조주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암을 진단받게 되면 여러 걱정들과 현실적 어려움으로 삶의 목적이나 희망을 잃기 쉽다"면서 "치료를 마치고 난 뒤에도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행복한 환자들에 비해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환자들이 삶에 대
이번 연구는 정신종양학 분야 가장 권위있는 국제학술지(Psychooncology) 표지논문으로 채택돼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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