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균형있는 논의'를 촉구하며 경영권 방어제 도입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과도한 규제란 이유로 재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커지면서 상법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대한상의 주최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에서 "(이번 상법개정안은) 경영안정성을 위협하는 등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외국 투기자본 등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부총리는 이어 "부분적으로 법안을 도입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시피 한 경영방어권 제도를 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입법과정에서 문제점을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신중하게 볼게 많다"는 기존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정부 내에서도 상법개정안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이) 교각살우(矯角殺牛, 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다)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쓰나미에 휩쓸리듯 규제하는 법안이 한꺼번에 통과되면 법 잘 지키고 성실하게 사업하는 많은 분이 과연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20대 국회 개원 이래 발의된 법안 580건 중 407건이 규제법안이라며 "파급효과와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이날 공개한 무역업계 대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283명) 82%가 상법개정안 도입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혹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무협은 "상법개정안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환경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무협은 20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원내대표, 관련 상임위 위원 등에게 이런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현재 여야는 모회사 주식 1%이상 소유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 소송제'와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주주총회 안건에 투표를 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도입키로 사실상 합의한 상태다.
이처럼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대표 브랜드 '삼성'의 미국내 평판순위도 급락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폴의 '2017년 미국내 기업평판지수' 발표에서 삼성전자의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49위로 급전직하했다. 올해 순위에선 현대자동차(48위)보다도 뒤로 밀렸다. 갤럭시노트7
[정욱 기자 /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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