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컴한 곳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에 익숙해져서야 어느 정도 사물 윤곽을 구별하는 게 가능하다. 사람을 비롯한 대다수 동물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감지하고 갑자기 강한 빛에 노출되면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지금껏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그같은 명암 조절 일부 과정이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김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망막 내부에서 빛 신호를 처리해 뇌로 전달하는 '알파 아마크린 세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망막의 광수용 세포가 빛을 감지하고 적응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었지만 다른 망막 신경세포들이 빛 신호를 처리하는 과정은 이번에 처음 밝혀져 주목된다.
망막 신경망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들은 배아 시기부터 생후 초반까지 순차적으로 생성된다. 이들 망막 신경세포들의 운명은 각 신경세포들에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전사인자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전사인자에 이상이 생기면 해당 망막 신경세포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이번에 알파 아마크린 세포가 빛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일부 기능을 맡고 있다는 걸 밝혀냈다. 이 세포 수가 많으면 빛 정보가 뇌로 더욱 잘 전달되는 셈이다. 연구진을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이 세포 수가 감소하면 빛을 실제보다 약하게 인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세포 수를 조절하는 여러 단백질 전사인자 또한 찾아냈다. 망막에 있는 단백질 'Lhx3'와 'Tgfb1i1'이 알파 아마크린 세포의 'Pax6'이라는 단백질 활성을 막으면 이 세포의 생성이 억제되고 다른 세포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단백질 기능 저하로 눈이 빛을 감지하는 능력 또한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Pax6 유전자 내부의 '알파 조절부위'라는 DNA 염기서열을 통해 유전자 발현이 망막의 억제성 아마크린 세포에 집중돼 있음을 밝혀냈다. 김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광수용 세포 수준에서만 이해됐던 망막의 시각 민감도와 적응도가 망막 하부 신경망에서도 조절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야간 산악지역 통행자나 어두운 곳
이번 연구는 미래부 뇌과학 원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이라이프'(eLife) 최신호에도 게재됐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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