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직장인 기선민 씨(29)는 집 근처 창고형 할인점에 갈 때마다 새우·낙지 냉동밥을 꼭 챙겨든다. 햇반 같은 즉석밥을 집에 쌓아둔 채 일일이 밥 짓는 일을 이미 포기한 그는 아예 반찬 해먹기도 귀찮을 때 간편하게 식사하기 위해 냉동밥을 선택한다. 기씨는 “오피스텔 집에 전기밥솥이 따로 없다”며 “집에서 밥 먹는 일이 많지 않아 최대한 간편하게 먹는 게 중요한데, 냉동밥은 찬을 따로 할 필요 없어 가장 편하다”고 말했다.
가구당 인구 수가 줄고 대체 식품도 많이 등장하면서 국내 쌀 소비가 급격히 줄고 그 사이 즉석밥 시장이 성장했다. 하지만, 쌀 소비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는데, 최근들어 즉석밥뿐 아니라 반찬이 가미돼 한 끼 식사가 가능한 냉동밥마저 인기를 끌면서 냉동밥이 쌀 소비를 막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62.9㎏으로 2014년(65.1㎏)보다 3.4% 감소했다. 30년 전인 1985년 128.1㎏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가정간편식이 급부상하면서 실제 가구에서 소비하는 쌀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최근 급성장 중인 시장이 바로 냉동밥이다.
지난 2009년 풀무원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냉동밥을 처음 출시한 후 이 시장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국내 냉동밥 시장 규모는 2012년 89억원에서 2013년 처음으로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고, 2014년 214억원을 거쳐 지난해 300억원대로 올라섰다. 매년 50%에 가까운 성장세다. 올해 1월에만 38억원 이상 시장 규모를 형성해 올 연말까지 연간 400억원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냉동밥 인기에는 집밥못지않은 품질에다, 메뉴의 다양화도 한몫했다. 새우나 치킨, 김치 볶음밥 등 주로 볶음밥 형태로 등장했던 기존 냉동밥과 달리 최근에는 나물밥, 영양밥, 비빔밥 등 다양한 품목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나물밥류는 절대적인 매출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웰빙 추구형 소비자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냉동 형태로 판매되는 나물밥류 시장 규모는 2014년 16억8000만원 정도에서 지난해 48억원으로 3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나물 손질이나 밥 짓기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건강식을 찾을 때 주로 이들 냉동 나물밥을 많이 선택한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7월 선보인 비비고 곤드레나물밥이나 취나물밥은 출시 6개월만에 매출 25억원을 거두며 선전했다. 냉동밥 원조 풀무원은 최근 냉동 형태로 그간 선보이기 힘들었던 비빔밥까지 국내 최초로 내놨다. 산채나물 비빔밥과 소고기버섯 비빔밥이다. 풀무원 측은 “냉동밥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해당 제품군에 ‘갓 수확 후’라는 슬로건을 별도로 달아 출시할 정도”라고 전했다.
주로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으로 가열만 하면 되기 때문에 요리가 간편하고 유통기한 또한 긴 편이어서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 역시 냉동밥의 최대 매력 요인으로 떠오른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국내 냉동밥 시장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미국의 경우 38조원 규모 대형
하지만 그만큼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간편식 소비 열풍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것은 냉동밥 분야”라며 “향후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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