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그룹 인사 키워드 G·R·O·W…임원승진 15% 줄여

↑ 사진= 매일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기아차 191명, 계열사 177명 등 총 368명에 이르는 2016년 정기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글로벌 불황 여파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임원 승진 규모는 지난해(433명)보다 15% 정도 줄였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국외 인재를 영입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돋보인 인사였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8일 단행한 올해 임원인사는 한마디로 '성장(그로·GROW)'이라는 단어로 요약됩니다. 'G'는 제네시스(Genesis), 'R'는 연구개발(R&D), 'O'는 조직 내실 강화(Organization), 'W'는 여성 임원(Women Executive)을 의미합니다. 이번 인사에선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이 배출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부사장 8명 △전무 29명 △상무 81명 △이사 115명 △이사대우 131명 △수석연구위원 1명 △연구위원 3명 등을 포함한 임원 승진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차는 실적 위주 인사원칙을 철저히 반영해 보수적인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현대차그룹 정기인사의 3대 키워드는 '럭셔리' '글로벌' '내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고급 브랜드 강화를 위해 글로벌 최고 전문가 2명을 영입했습니다. 람보르기니 브랜드총괄 임원 출신인 맨프레드 피츠제럴드(Manfred Fitzgerald)와 벤틀리 전 수석디자이너 출신인 루크 동커볼케(Luc Donkerwolke)가 그 주인공입니다. 특히 피츠제럴드 전무의 현대차 입성은 조직 구성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을 위해 독립조직을 운영하느냐에 대한 내부적 고민이 많았는데 피츠제럴드 전무가 투입되면서 제네시스 전략 전담조직 신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인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을 수장으로 제네시스 고급화 전략의 새 틀을 짜겠다는 복안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깜짝 인사는 엔진음마저 독창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람보르기니의 럭셔리 이미지를 제네시스에 이식하겠다는 최고경영진의 결단 아니겠느냐"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 승진 규모와 폭은 예년에 비해 절제된 편입니다. 사장 승진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전체 승진 규모도 전년 대비 15% 줄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외국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해오던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5 자동차메이커에 진입하면서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습니다. 저가 중국차와 유럽 고급차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내놓은 도전장이 '제네시스 프리미엄 브랜드 론칭'이었습니다. 성장일로에서 잠시 벗어나 회사 체질을 바꾸는 변혁기를 거치는 와중에 승진 인사도 최소화하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경제가 긴축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보수적인 인사'를 내놓게 된 이유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선 연구개발(R&D)과 기술부문 승진자가 전체 대상자 중 가장 높은 42.9%(158명)를 차지하고 있다"며 "차량 성능과 품질 개선을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는 물론 친환경·차량IT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한 인력 투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임원 인사에선 변속기 부문 박종술 위원이 수석연구위원으로 승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