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기축통화에 합류, 글로벌 시장에 어떤 변동 가져올까
↑ 중국 기축통화/사진출처=연합뉴스 |
경제사에 기록될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결전'에서 미국의 공세를 꺾었던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에 성공한 것입니다.
IMF는 30일(현지시간)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으며, 이로써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유럽연합(EU)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SDR 바스켓에 편입되는 5번째 통화가 됐습니다.
이는 위안화가 외환보유 자산으로 인정되는 국제 준비통화로서의 지위를 공식으로 확보하고 무역결제나 금융거래에서 자유롭게 사용된다는 뜻입니다.
국제금융 차원에서도 1980년 16개 통화로 구성돼 있던 SDR 바스켓이 5개 통화로 축소되고 1999년 유로화가 탄생한 이래 가장 큰 변화입니다.
중국이 달러화 중심의 국제경제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미국은 달러화를 바탕으로 누렸던 패권을 방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에 양국간의 경쟁과 갈등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 위안화의 위상 급상승
중국은 '금융굴기' 지렛대를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위상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MF가 이번에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을 내린데에는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규모와 실력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중국은 2010년에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과 비슷했지만, 2013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9조1천억 달러(2013년 기준)로 확고한 '세계 2위' 자리를 굳혔습니다.
미국(16조8천억 달러)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만 해도 0%대로 미미했던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도 지난 8월 2.79%까지 상승해 엔화(2.76%)를 제치고 4위 결제통화로 올라섰습니다.
중국 경제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계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IMF와 미국은 위안화를 5번째 기축통화로 인정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는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위안화의 SDR 편입은 전 세계적인 위안화 수요를 일으키며,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 비율만큼 위안화를 보유하기 때문입니다.
금융 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위안화 표시 자산을 확대하는 한편, 그동안 달러화를 사용해온 아시아 국가들도 위안화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에 따라 많은 투자자가 위안화 자산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정부가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자산을 매년 1%씩 늘릴 경우 향후 5년간 6천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국제 외환시장 매니저들은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위안화는 10년 뒤인 2025년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10%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고, 현재는 0.3%로 미미합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더욱 쉽게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경기침체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위안화 가치의 폭락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하 등을 통한 시중 유동성 공급을 주저했던 중국이 이번에 기축통화국이 되면서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라는 칼을 빼들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도 외국인 자금이 더욱 쉽게 유입될 수 있어 이 나라의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 달러중심 국제경제 질서 변화 기로
이번 편입 결정은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깊습니다.
다극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중국은 그동안 외교와 군사,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본격적인 미 중 패권 경쟁 구도 만들기에 박차를 가해 왔습니다.
올해 초에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WB) 등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은행 AIIB 창설을 주도하며 기존의 국제금융질서에 균열을 냈습니다.
연말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하는 AIIB는 위안화 세계화에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전통적 맹방들이 이런 'G-2' 경쟁 구도를 은근히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불투명했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이 주도했던 반(反) AIIB '결전'에서 서방국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의 손을 들어준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이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하면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중국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SDR 편입을 계기로 위안화의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고,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 그런 기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은 미-중 갈등을 촉발할 또 다른 시한폭탄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자국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달러와 비교해 위안화의 평가 절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 '양날의 칼' 中 금융시장 개방 압력 커진다.
중국 지도부는 근년 들어 빈번한 정상외교 등을 계기로 스위스와 영국, 싱가포르 등 국제적 금융 허브 국가들과 긴밀한 금융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위안화 확대 주춧돌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지난 8월부터 위안화 환율결정 방식을 시장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등 IMF가 지적한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기울여왔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됐으나, 중국은 앞으로 통화정책을 포함해 금융시장과 관련한 새로운 압력을 받게 됩니다.
중국은 그동안 정책적으로 전방위적인 개혁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앞으로 개혁·개방 요구는 외부에서 한층 높아질 전망입니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되면 5년마다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견제와 개선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외환 관리 체제에서부터 투자자와 세계와의 상호 작용 방법까지 모든 개혁을 재촉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잦은 시장개입으로 논란을 빚어온 인민은행은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과 같은 수준의 투명성과 독립성, 명확성을 갖춰야 합니다.
인민은행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증시폭락 사태에 개입한 데 이어 지난 8월엔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만큼 시장과의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고 환율도 관리하는 후진적 관치금융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경청하고 이를 개선토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위안화의 SDR 편입에도 위안화가 달러화를 넘어서거나 적어도 대등한 지위를 갖는 것은 요원한 일로 보고 있습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금융시스템의 투명성과 함께 투자자들이 사법시스템, 중앙은행 독립성 등에 대한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이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은행 조사통계사(司) 성쑹청(盛松成) 사장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위안화 자산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하는 동시에 위안화의 국제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 한국엔 득일까? 실일까?
눈에 띄는 점은 대중국 수출 결제 수단을 달러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에겐 위안화의 세계화가 그리 나쁠 것 없다는 분석입니다.
달러 편중에서 벗어나 환율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 뿐 아니라 위안화 가치의 안정이 중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부진을 겪고 있는 대중 수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안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중국 환율 변동에
아직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위안화라는 매개체를 거쳐 우리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위안화의 변동성을 주시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