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일본이 강했던 아시아 가전 시장을 한국이 석권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0일 보도했습니다.
아시아 시장은 샤프와 도시바 등 일본 업체가 오랫동안 우위를 보였으나 현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파고들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세탁기와 TV,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4개 가전 품목의 8개국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32개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15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상위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이처럼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지역 사정에 밀착한 상품 개발과 극진한 애프터 서비스 덕분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한 인도네시아 여성 회사원(32)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한국 가전제품을 애용하는 이유를 묻자 "일본 브랜드보다 디자인이나 기능의 선택이 풍부한데도 가격은 20% 저렴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녀가 집에서 사용하는 에어컨과 LCD TV 3대는 모두 LG전자 제품이었습니다.
일본업체들은 브라운관 TV로 인도네시아 TV시장을 지배했으나 LCD TV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수세에 몰렸습니다.
영국 시장 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일본의 샤프는 지난 2010년 33%로 선두였던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21%로 격감했습니다. 반면에 LG전자는 10%에서 26%로 약진했고 삼성전자도 4%에서 17%로 올라갔습니다.
세탁기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통합 점유율이 43%에 이릅니다.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라오스에서도 한국 브랜드가 갈수록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에 라오스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수도 비엔티안에 10개의 매장을 설치했습니다. 삼성전자 매장을 찾은 현지 여성(30)은 "예전에는 태국까지 가서 가전을 구입했지만 요즘은 비엔티안의 삼성 매장에서 좋은 상품을 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6개국의 가전 4개 제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50억 달러였습니다. 4년 만에 70%가 증가한 것입니다. 한편, 인도의 가전 4개 제품 시장은 지난해 90억 달러로, 2010년 대비 6% 확대됐습니다.
이들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단연 한국 가전업체들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4개 제품 점유율 상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냉장고 이외는 LG전자가 독주하는 체제다. 인도에서는 에어컨 이외의 3개 품목을 LG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전자의 독주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뎅기열 매개역이 될 수 있는 모기를 퇴치하는 에어컨 '터미네이터'를 출시했습니다.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 대역의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것이 마케팅의 포인트였습니다.
고장난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등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도 한국 업체들의 강점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도심 번화가에서 대규모 광고판을 세우는 등 판촉에도 열심입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국의 가전업체들에게 가전은 '최후의 보루'라고 지적했습니다. LG전자의 경우, TV와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백색 가전은 견조하며 전체 이익의 80%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업체들은 한국 업체들에 밀려 실적이 저조한 지역에서 철수하는 등 사업의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도시바는 인도네시아의 TV와 세탁기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총괄 기능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태국으로 넘겼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산요의 가전 부문을 인수한 하이얼 등 중국도 호시탐탐 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이얼은 중국 제품의 인기가 낮은 인도네시
하이얼 아시아의 이토 요시카이 사장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한국 제품보다 높고 일본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도네시아의 그룹 매출을 3년 안에 두 배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