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용 교수 |
과거 등기이사의 보수와 관련하여 사업보고서에 공시가 강제되는 것은 단지 보수수준뿐이며 고정급/성과급의 비중이나 구체적인 평가 및 보수산정방법에 대한 공시의무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보수 수준도 등기이사 전체에 대한 지급총액, 주주총회 승인금액, 1인당 평균급여액만을 공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2011년에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내등기이사 최지성, 이윤우, 윤주화 총 3명이 총 327억원의 보수를 받았고 이는 1인당 평균 약 109억원이라는 식이다.
과거의 공시제도는 또한 사내, 사외등기이사의 보수를 별도로 공시하도록 강제하지 않아 과도한 임원보수지급 논란을 피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보수수준이 높은 사내등기이사와 보수수준이 낮은 사외등기이사에게 지급된 총액을 구분공시하지 않고 합산하여 보고함으로써 등기이사 1인당 평균급여액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해양과 조선사업을 주로 하는 모 재벌그룹의 한 계열사의 경우 2007년에 등기임원 10명에게 총 48억원의 보수를 지급하였고 임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4억 8000만원으로 보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경우 사내등기임원은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6명의 등기임원은 보수수준이 낮은 사외이사라는 것이다. 공시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이러한 물타기 공시로 인해 등기임원 1인당 평균보수액이 실제보다 엄청나게 낮게 보고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임원연봉 개별공시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경우 임원보상수준을 성실하게 혹은 불성실하게 보고했던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필자의 논문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약 61% 가량이 임원보수를 불성실하게 공시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약 41%의 기업들이 사내등기이사와 사외등기이사에게 지급된 총액을 합산하여 보고하였고 약 9%의 기업들이 사내/사외이사보수를 분리공시는 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보수를 거의 받고 있지 않은 비상근 사내등기이사를 이사로 포함시켜 사내이사 평균급여액을 낮추어 보고하고 있었고 심지어 11%의 기업들은 사내/사외등기이사 보수 합산공시 및 비상근 사내등기이사를 이용한 평균연봉 하향보고 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었다. 그럼 어떤 기업들이 임원보수를 불성실하게 공시하고 있었을까? 분석결과 기업의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으며, 임원 보수규모가 기업규모에 비해서 높으면서 기업지배구조의 질이 낮은 기업들의 경우 임원보수를 불성실하게 공시할 확율이 높았다.
논문의 분석결과는 최근까지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이 임원보상에 대한 허술한 공시규정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기본적인 정보인 임원의 보수수준까지도 불투명하게 공시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임원보상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요구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2014년부터 실시된 우리나라의 임원연봉 개별공시 입법은 그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을 맞출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최근 연봉공개에 부담을 느낀 오너들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임원보상의 건전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최근 이슈가 되는 기업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잊지말자.
▷기업지배구조, 경쟁, 정치적 비용이 한국기업의 전략적 임원연봉공시에 미치는 영향 (“ The Effects of Corporate Governance, Competition, and Political Costs on Strategic Executi
[글 =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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