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자녀들은 유치원에 나오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메르스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그 가족들을 감염덩어리로 보는 시선 때문에 여전히 변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한 간호사는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한달 이상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주위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을 비롯해 감염됐다가 풀려난 격리해제자들이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다. 친구나 이웃들은 혹시 메르스에 옮지 않을까 두려워 유가족, 격리해제자들을 은근히 따돌리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낙인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낙인효과는 본인의 실제 상태와 상관없이 주변에서 덮어씌운 낙인 때문에 삶이 제약받는 것을 말한다.
낙인효과 우려는 국립서울병원(원장 하규섭)이 메르스 유가족과 격리해제자 대상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24일 국립서울병원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은 메르스로 힘든 시간을 보낸 유가족과 격리해제자 등을 대상으로 전화상담을 실시한 결과, 가장 힘들다고 호소한 부분은 잘못된 정보로 인한 사회적 낙인이라고 밝혔다. 전화 상담 결과를 보면 이들 대부분은 최장 잠복기를 지난 이후에도 집에만 머무르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메르스 최대잠복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잠복기를 넘겨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또 메르스로 인해 격리됐다는 사실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주변 시선도 큰 부담이 된다는 호소도 많다.
심민영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장은 “메르스로 인한 유가족과 격리해제자는 우울, 무기력, 죄책감, 분노 등과 같은 스트레스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이 고통을 경감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심 단장은 “과도한 관심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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