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전세계 파죽지세 행보…박스오피스 상위권·재개봉·팬덤

오스카 수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전 세계에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열풍이 붑니다. 현지시간으로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거머쥐면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은 덕분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고,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재개봉 바람이 일고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 등 봉 감독 전작들이 재조명되는가 하면 한국 영화 전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첫선을 보인 '기생충'은 개봉 123일 만인 지난 10일 북미 박스오피스 '톱5' 안에 진입했습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 총 50만1천222달러(5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날보다 15.6%, 전주보다 213.3% 늘어난 액수입니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12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미국 개봉 후 가장 높은 순위입니다. 관객들이 많이 빠지는 월요일인 만큼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든 다른 영화들은 모두 매출이 전날보다 급감했으나, '기생충'만 유일하게 늘었습니다. 영화가 궁금한 미국 관객들이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어 기꺼이 '기생충'을 선택한 것입니다.

영국에선 개봉 첫 주말(7~9일) 약 140만 파운드를 벌어들여 4위로 출발했습니다. 영국에서 개봉한 비 영어 영화 오프닝 성적으로는 역대 최고입니다.

일본에서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습니다. '기생충'의 일본 내 누적 매출은 약 16억엔(171억원)에 이릅니다.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재개봉 열풍도 붑니다. 국내에선 10일 재개봉해 이틀 만에 1만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습니다.

CJ ENM 베트남 법인은 오는 17일 베트남 전역 80∼100개 상영관에서 '기생충'을 다시 상영합니다. 한국 영화 재개봉은 베트남에서는 처음입니다. 이달 말부터는 흑백판으로 상영합니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기생충'은 역대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습니다.

터키와 인도네시아에선 시상식을 전후해 각각 7일과 11일 CGV 30개 안팎 극장에서 재상영을 시작했습니다.

CGV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재개봉 객석률이 32%에 달할 정도로 높다. 재개봉을 포함하면 누적 관객은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봉 감독 전작들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선 '설국열차'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 등 봉 감독 전작 DVD를 모아놓고 사진을 찍어 봉 감독 팬임을 인증하는 글이 속속 올라옵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봉 감독 전체 영화를 '토마토미터'(영화평점) 순위로 살펴보는 글을 실었습니다. 최고 평점을 받은 '기생충'(99%)부터 '마더'(96%), '설국열차'(95%), '괴물'(93%), '살인의 추억'(90%), '옥자'(86%), 해외 합작 옴니버스 영화 '도쿄!'(76%) 등의 순서로 소개됐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봉 감독 전작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봉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한 가지 범주에 넣는 것을 끊임없이 거부해왔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의 일곱 장편 영화는 모두 스트리밍해서 볼 수 있으니, 이번이 세계에서 가장 신나고 예측 불가한 감독 중 한 명인 그의 영화의 진전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썼습니다.

이 중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과 틸다 스윈턴 등이 출연한 '설국열차'는 더 큰 관심을 받습니다. 많은 해외 네티즌은 이 영화 미국 배급사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하비 와인스타인 때문에 제한 상영될 수밖에 없었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와인스타인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봉 감독이 영화를 편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한 상영을 결정했습니다.

'살인의 추억'은 미국 극장에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은 이 작품을 북미에서 재개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국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 등을 연출한 유명 감독 제임스 건은 SNS에 "'황해' '부산행' '악녀' '아저씨' '아가씨' 등 한국 영화는 끝이 없다. 60년대는 프랑스, 70년대는 미국, 90년대는 홍콩, 2010년대는 한국이다"라고 올렸습니다.

SNS상에는 '봉하이브'(Bong Hive)를 자처하는 봉 감독 팬이 줄을 이었습니다. '봉하이브'는 '봉'과 '벌집'의 합성어로 봉 감독 영화를 벌집 안의 벌들처럼 응원하는 팬덤을 뜻합니다. 배우 일라이저 우드는 자신의 SNS에 "모든 '기생충' 가족에게 축하를 보낸다. 올해 최고 영화의 아름답고 역사적인 순간이다"라고 쓰며 '봉하이브'라는 태그를 달았습니다. 배우 겸 감독인 조 카잔 역시 SNS에 "봉 하이브 포에버"(BONG HIVE FOREVER)라고 적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