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큰 무대였거든요. 파란색 불빛이 굉장히 많았어요. 다 저희 슈퍼주니어 팬인 것처럼 보여서 멤버들이 신나게 공연했던 것 같아요."
민간인 신분이 된 지 얼마 안 됐기에 불안감이 없진 않았을 터. 그러나 최근 'K라틴팝'의 황제로 군림하게 된 소속팀 슈퍼주니어와 함께하며 두려움을 씻어낼 수 있었다. 지난 10월 발매한 스페셜 미니앨범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을 전곡 라틴팝으로 채운 슈퍼주니어는 중남미 각종 매거진을 장식하며 인기가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다.
"제가 슈퍼주니어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라틴팝을 부르고, 또 어떻게 남미에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제 솔로 앨범에도 라틴팝을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날 려욱은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너에게 취해' 타이틀 곡 '너에게'를 기자들에게 들려줬다.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서 려욱 특유의 고음으로 치닫는 드라마틱한 구성이 인상적인 곡이다. 그는 "슬픈 영화 한 편 본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전체 앨범은 차를 탈 때 들으면 좋다. 려욱이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한 앨범"이라고 강조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에게 군대는 더욱 숨 막히는 곳이다. 그러나 려욱은 초소에서 봤던 별, 긴 시간을 같이 견뎌낸 동료, 팬들과 주고받은 편지 모두를 아름답게 기억했다. 7번 트랙 '파란 별'은 군대에서 팬들을 생각하며 려욱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다. 베이스 연주와 작곡에 군대 친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어느 날 초소에 들어가는데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별이 많은 곳이었는데 왜 없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내가 별을 그려서 사람들이 같은 별을 보게끔 하고 싶었어요. 파란 별은 팬일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일 수도 있고요."
'어린왕자'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자주 해맑게 웃어 보였다. 동안의 비법을 물어보자 "등산"이라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팀 내 사건사고의 청정지대라고
"인간 려욱으로서는 마냥 밝지만은 않아요. 좀 시니컬한 부분도 있고요. 술 마시고 제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너에게 취해'가 려욱에게 취하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