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1세대 그룹 H.O.T.와 젝스키스가 13~14일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찾아왔다. 13일 올림픽주경기장에서 H.O.T. 콘서트(왼쪽),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는 젝스키스 콘서트가 열렸다. |
한국 아이돌 그룹 시초 H.O.T.와 젝스키스가 13~14일 동시에 콘서트를 가졌다. H.O.T.가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젝스키스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었으니 자동차로 15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다. 두 팀의 팬덤이 학창시절 서로에게 느꼈던 경쟁 의식을 떠올리면 라이벌 대항전 같은 콘서트 일정이다.
20년 동안 H.O.T. 팬이었다는 고한아 씨(32)는 17년 만의 단독 콘서트에 "세상의 모든 수식어를 다 붙여도 괜찮을 만큼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온 '엄마마음'은 H.O.T. 팬 23명의 소모임이다. 이들 말고도 공연장엔 H.O.T. 상징인 하얀 비옷이나 교복을 입은 30·40대가 몰려들어 진풍경을 이뤘다. 아이나 남편 손을 잡고 나온 팬도 많았다.
이날 공연은 상표권 분쟁으로 'H.O.T' 콘서트라는 이름 대신 '포레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콘서트'라는 명칭으로 열렸다. 티켓은 토·일 각 5만석씩 10만장이 풀렸다. 1~3층까지 가득 채운 팬들을 보고 강타(39·본명 안칠현)는 "예전처럼 무대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부담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친구가 '여기를 꽉 채워주실 여러분이 좋은 무대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전반부 무대 구성은 사회 비판적인 노래로 채워졌다. 당시 '전사의 후예' '열맞춰' 같은 노래는 학교 폭력, 주입식·획일화 교육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학생 인권은 보류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당연시됐던 시기 H.O.T.는 10대 대변인을 자처했다. 1996년 데뷔한 후 5집까지 평균 100만장 이상 앨범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중반부 솔로 무대에서는 개별 멤버의 강점이 잘 드러났다. 리드보컬 강타는 리처드 막스의 '라이트 히어 웨이팅(Right Here Waiting)'을 청명한 고음으로 불렀다. 춤꾼 장우혁의 '팝핀' 댄스도 불혹의 나이를 떠올리지 못할 만큼 힘찼다.
지난 17년 동안의 아쉬움을 담은 영상 메시지가 떠올랐을 땐, 장내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새 나왔다. 강타는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모이면 좋겠다"며 지속적 활동에 대한 소망을 표출했다.
같은 시간 올림픽체조경기장은 젝스키스 심벌인 노란 풍선으로 물들었다. '지금·여기·다시'를 주제로 열린 콘서트는 각종 논란에 휩싸인 강성훈(38)이 불참한 채 은지원(40), 김재덕(39), 이재진(39), 장수원(38) 4인조로 진행됐다. 그 때문에 티켓이 완판되지 않는 등 콘서트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이들은 2016년 '무한도전 토토가2'로 재결합한 이후 YG와 계약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2년여 동안의 재결합 활동의 진면목을 화려한 무대 위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연장 주변엔 다양한 국적의 해외 팬이 눈에 띄었다. 중국인 판 씨(29)는 "'무한도전 토토가'를 통해 젝스키스를 알게 됐다"며 "요즘 아이돌이 아닌 오로지 젝스키스만 좋아한다"고 했다. 능숙한 한국어로 답변한 홍콩 출신 조엘 씨(25)와 네 명의 친구들은 '왜 젝스키스가 좋냐'는 질문에 "잘생겨서"라고 입을 모았다. 말레이시아인 샤냐 리자 씨(40)는 "예능 '주간 아이돌'을 통해 보고 팬이 됐다"며 "빅뱅부터 YG 출신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