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막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들을 두고 보통 '입문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입문자란 학문 등 무엇을 배우는 길에 처음 들어선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클래식을 검색하면 "클래식 입문하고 싶은데 뭐부터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클래식 입문 방법 좀 추천해주세요" 등 고민글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클래식이란 장르에 '입문'해 공부하듯 알아가기 시작하면 클래식이 어렵다는 일종의 편견을 깨기 힘들다. 따라서 클래식의 신세계에 눈을 뜨고싶다면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공부법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놀이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클래식도 알고 보면 내면의 '덕후' 기질을 발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기 때문이다.
◆ 시작은 귀에 익은 음악부터
주의 깊게 살펴보면 생활 속에서도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TV 광고의 배경음이나 부모님의 컬러링 등 익숙한 음악이라면 뭐든 좋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에서 제공하는 장르별 음악 추천 서비스 '멜론 라디오'나 '멜론 DJ'를 애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멜론 DJ의 클래식 카테고리에는 '하루키 소설 속에 흐르던 클래식' '귀에 익숙한 피아노 명곡'등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테마별로 소개돼있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가만히 듣는 것이 지루하다면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를 배경 삼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에 귀를 기울여 들어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싱잉 인더 레인 등 고전 뮤지컬 영화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찾아 들어보면 영화와 또 다른 클래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반복하고 응용할수록 쉬워진다는 게 비단 수학 문제를 풀 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곡을 들으며 감상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지만 같은 곡을 다양한 버전으로 들어보는 것도 새로운 묘미다. 평소 즐겨들었거나 새로 알게 된 곡 중 관심이 가는 곡이 있다면 유튜브에 곡 제목을 검색해 버전 별로 감상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이때 클래식은 특정 제목 대신 '작곡가·음악의 유형·작품번호' 순으로 제목을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어로 검색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 곡에 얽힌 이야기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
감상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전문 용어를 공부하거나 외워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곡에 얽힌 에피소드나 작곡가의 일생에 관해 가볍게 알아가는 것 정도는 클래식을 즐기는 색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독일 낭만파 음악의 대명사 로버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의 사랑 이야기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두 사람은 요즘 말로 '사랑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음악으로 사랑을 속삭인 커플이다. 특히 클라라를 향한 슈만의 사랑이 가히 대단했다. 두 사람의 결혼이 어렵게 성사된 해에는 그 기쁨을 음악으로 승화해 130곡이 넘는 가곡을 썼을 정도다.
클래식 방송 콘텐츠는 이처럼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넘어 관련 에피소드를 쉽게 풀어내 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클래식 팟캐스트 '클래식 연구소-CSI'는 클래식을 음악이라는 테두리에 한정 짓지 않고 정치·사회 등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소개해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클래식 연구소-CSI 진행자이자 피아니스트 이슬기 씨(30·여) 는 "낭만 시대 작곡가들은 바이런의 시나 리히터의 소설 등 주로 문학에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었다"며 "곡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나 시를 찾아보며 들어보면 음악을 이해하기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클래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팟캐스트에는 '오천만의 클래식' '신음악의 다잉 메시지' 등이 있다.
◆ 공연 실황 중계로 분위기 익힌 뒤 '실전'으로
연주회에 가기 전 공연 문화에 익숙해지고 싶다면 공연 실황을 감상하는 것을 권장한다. 영국 BBC 라디오 3번 클래식 채널에서는 매일 저녁 7시 30분(현지 시각)부터 약 2시간 동안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관현악단을 비롯한 세계 유명 관현악단의 공연 실황을 중계한다. 약간의 음질 차이를 제외하고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느끼는 데 충분하다. 한층 더 실감 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영화관에서 오페라·클래식 공연을 관람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공연에 가기 전에는 몇 가지 에티켓을 숙지하는 게 좋다. 클래식 공연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소음이다. 피아니스트 이민지 씨(27·여)는 "공연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해프닝이 휴대폰 벨소리"라며 "무대 위에서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벨소리가 들리면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무리 작은 소리라지만 그 행동 자체가 연주자의 집중력을 산만하게 만든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정숙한 분위기가 각별히 요구되기 때문에 휴대 전화 무음 설정은 물론이고 이야기는 공연이 끝난 뒤 나누는 것이 좋다.
또 공연 중 박수는 보통 한 곡이 끝난 뒤 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주가 끝난 직후보다는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린 이후나 연주가가 음악의 마지막 여운을 다 느낀 후 인사를 하러 일어설 때 박수를 치기를 권장한다.
올겨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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