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당뇨병학회는 국내 당뇨병 역학조사를 반영해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6'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당뇨 유병률 수치가 역대 최고인 13.7%를 기록했다. 30세 이상인 우리나라 국민 7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더욱이 65세 이상 노령층 유병률이 30%를 넘어선 데다 전체 인구 가운데 당뇨병 전 단계(공복 혈당 장애) 비율은 25%로 당뇨병 대란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준다. 암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흔하게 걸리는 질병 중에는 가장 두려운 질병이 당뇨이다. 실명 위험이 있는 당뇨 망막병증, 발에 궤양이 생기는 당뇨병성 족부병증 등 당뇨로 인한 급성, 만성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마찬가지로, 당뇨 역시 가족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모 모두 제2형 당뇨병일 때 자녀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40%, 부모 중 한 명이 제2형 당뇨병일 때 자녀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10~30%라고 알려져 있다. 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배상근 전문의팀은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성인(19~69세) 3561명의 당뇨병 가족력과 공복혈당장애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분석대상 중 685명에게 부·모·형제 중 한 명 이상이 당뇨병 환자인 가족력이 있었고, 이들 중 24.2%가 공복혈당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당뇨병 가족력이 없는 사람의 공복혈당장애 비율(20.1%)보다 1.39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가족 가운데 당뇨가 있는 사람은 그만큼 본인도 당뇨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부모님 중에 당뇨가 있었어도 같은 형제 중에 누구는 당뇨병으로 진행하고 누구는 당뇨로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족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인이 실제로 전수받은 당뇨병 유전자의 변이이다. 부모 중에 한 명이 당뇨여도 다른 한 명이 건강한 유전자를 보유하면 이 둘이 조합하여 자녀에게 랜덤으로 당뇨 유전자가 전수된다. 가족력보다 실제 보유하는 당뇨 유전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당뇨에 대한 유전자 연구는 그 어떤 질병보다 더 많이 연구가 되어 왔다.
1번 염색체부터 22번 염색체까지 전장 유전체를 대상으로 질병이 있는 군과 질병이 없는 군에 유전자 차이를 보는 대규모 연구를 전장유전체연관연구(GWAS)라고 한다. 2007년도에 네이처지와 사이언스지에 소개된 이후 모두 194개의 전장유전체연관연구가 실시되어 당뇨와 연관되는 핵심적인 유전자들을 분류해왔다. 그 중 일부가 2016년에 국가에서 의사처방 없이도 소비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허락한 DTC(Direct To Customer) 검사의 당뇨 유전자 8개이다. (CDKN2A/B, G6PC2, GCK, GCKR, GLIS3, MTNR1B, DGKB, SLC30A8) 이 유전자들은 주로 당뇨가 생기는 기전, 즉 인슐린 저항성이나 포도당의 분해와 관련된 유전자들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변이는 탄수화물 대사에 장애를 일으켜 인슐린 저항성을 가지고 오며 쉽게 살이 찌고 혈당이 올라가게 만든다.
이런 당뇨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람마다 당뇨가 걸릴 확률을 예측하는 것이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모든 생활습관 병이 그렇듯이 당뇨병과 같은 질병은 유전과 환경 상호작용에 의해 생긴다. 유전적인 위험이 높더라도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당뇨를 억제할 수 있으며 반대로 생활습관이 좋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 있으면 조기 검진 및 조기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당뇨병의 유전적인 위험이 높은 군에는 어떤 권고가 필요할까? 앞서 말한대로, 당뇨가 일어나는 기전 중 핵심은 탄수화물의 대사 장애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이다. 탄수화물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다. 체내에 탄수화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인슐린 역할이 증가되면 인슐린이 지쳐서 더 높은 인슐린으로도 당은 떨어지지 않고 할 수 없이 인슐린이 더 높아지는 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 한다. 문제는 높아진 인슐린이 체지방을 살찌우고 간기능을 악화시켜 당뇨 – 비만 – 지방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탄수화물을 낮추고 특히 당지수(GI index)가 낮은 탄수화물을 복용하도록 하자. 시중에 나온 당뇨에 좋은 영양제들 상당 부분은 이런 낮은 당지수로 이루어진 섬유소가 많은 탄수화물 제제이다. 또한 식물 인슐린으로 불리우는 코로솔산(바나바잎)도 도움이 되며, 단일 영양소로는 크롬, 아연, 마그네슘 등이 당뇨에 도움이 된다.
유전적 위험이 높으면서 당뇨의 전 단계에 해당되는 내당능장애가 생기기 시작한 경우에는 적극적인 체중감량을 통해 뱃살을 뺌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어야 한다. 유전적
이처럼 당뇨병 유전자 검사는 가족력과 달리, 개인의 직접적인 유전적 위험도를 알려주어 당뇨를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기 할 수 있는 건강한 식단과 운동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테라젠이텍스 바이오 연구소 본부장, 가정의학 전문의 김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