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의 참상을 취재했던 독일 기자 위르겐 한츠펜터로 열연한 토마스 크레취만(54)의 말이다. 그만큼 광주민주화운동은 해외에서는 생소한 소재다. 그는 "듣기로는 정부가 언론을 통제했다는데 지금 보니 성공한 것 같다. 외국인으로서 찾을 수 있는 자료가 정말 없더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영화 속 유일한 외국인이다. 자유를 위해 싸우는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 푸른 눈으로 현장을 생생히 비추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그의 시각에서 그와 함께 눈믈을 쏟게 된다.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일까. 그는 "촬영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반드시 해외에도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동독을 탈출했던 경험때문일까요 갇혀서 산다는 느낌과 억압을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느꼈어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자국보다는 해외촬영 프로젝트를 고르게 되더군요." 동독 출신인 그는 스무 살 때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왔다. 동독에서의 체험이 영화 '택시운전사'의 이야기와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한 체제가 어떻게 권력을 관리하고 시민을 억압하는지는 놀랍도록 비슷하더군요."
국경 없이 활약하는 배우지만 아시아에서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의 촬영은 그에게 유독 '이국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유럽어와는 전혀 다른 한국어에 감을 잡지 못해 흐름을 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나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무례가 될까 촬영내내 약간 긴장상태였다"고 토로했다. 지난 여름 유독 기승을 부렸던 더위도 한 몫 했다. "날씨는 덥거나, 비가오거나, 덥고 비가 오거나, 언제나 셋 중 하나 였어요."(웃음)
둘은 술잔도 많이 기울였단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종종 맥주를 마셨다"며 "사실 나는 맥주보다는 와인을 선호하는 이상한 독일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맥주가 시원하게 잘 넘어가더라"며 웃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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