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케네스 브로버그(2위), 선우예권(1위), 대니얼 슈(3위). <사진제공 반 클라이번 콩쿠르> |
또 한 명의 피아노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막을 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4년에 한번 열리는 이 대회는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 중 하나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노 경연으로 흔히 '북미의 쇼팽 콩쿠르'로도 불린다. 지난달 25일부터 17일간 이어진 이번 대회에서는 대륙별 예선을 통해 선발된 서른 살 이하 피아니스트 30명이 참가했고 이중 선우예권은 6명의 결선진출자로 뽑혀 결국 우승에 해당하는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10일 밤 수상자 발표 직후 선우예권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더 많은 연주 기회를 향한 간절함만으로 달려왔다"며 "너무나 큰 상이 주어져 지금은 뭐라 소감을 말하기도 벅차다"고 전해왔다.
이번 우승은 그의 지난 화려한 경연 커리어의 화룡점정 격이다.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2015), 방돔 프라이즈(2014) 등을 비롯해 인터라켄 클래식 국제 음악 콩쿠르, 윌리엄 카펠 국제 피아노 콩쿠르,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등 수많은 국제 유수 콩쿠르에서 1등을 타낸 그에게는 한국인 피아니스트 '최다 콩쿠르 우승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예선 통과 후 독주·협연·실내악 등으로 구성된 5번의 무대를 거쳐 무척 까다롭게 수상자를 걸러내기로 유명한 대회.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콩쿠르 도전자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또다시 고된 경연 준비의 길을 걷게 된 계기로 그는 '간절함' 한 마디를 꼽았다.
"콩쿠르에 도전하는 이유는 딱 한가집니다.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잡고,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게 되기 위해서였죠. 연주를 향한 갈망이 정말 컸어요. 감사한 마음뿐이고 앞으로 더 좋은 연주를 많이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선우예권은 결선 무대에서 드보르작 피아노 오중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점을 받았다. 준결선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6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등 시대를 초월한 폭넓은 레퍼토리를 완벽히 소화하며 찬사를 받았다.
인터넷으로 중계된 그의 경연을 지켜보며 수많은 팬들은 이미 희소식을 예상한 바. 그는 "(우승 예상) 그런 건 사실 전혀 없었고 그저 너무 많은 관객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마울 뿐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장 아끼는 곡들로 선정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준비 과정이 아주 힘들었고 컨디션도 안 좋은 편이었지만, 아무 생각 안 하고 연주에만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오직 음악 자체에만 정신을 쏟아부었죠."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해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리기 위해 1962년 시작된 경연이다. 라두 루푸(1966), 알렉세이 술타노프(1989) 등의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배출했으며 한국인 수상자로는 2009년 2위를 얻은 손열음이 있다. 우승자에게 수백 번의 연주 기회을 비롯해 파격적 특전을 제공해 신예 피아니스트들에겐 꿈의 무대다. 선우예권 역시 우승 상금으로 5만 달러(한화 5600만원)와 음반 발매, 3년간 미국 전역 투어 기회를 얻게 됐다. 때문에 향후 수년 간 선우예권을 한국에서 자주 보기는 어려워졌다. 예정된 국내 공연으로는 10월 20일 대전 예술의전당 마스터즈 시리즈, 11월 23일 금호아트홀 '클래식 나우', 1
이번 대회에서 2위는 미국의 케네스 브로버그(23), 3위는 미국의 대니얼 슈(19)가 차지했다. 선우예권은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커티스 음악원, 매네스 음대에서 수학하고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적을 두고 있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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