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가상현실(VR)이 미술관에도 상륙했다.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는 VR 체험실 2곳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기획전 '불확정성의 원리'전에 출품된 작가 권하윤(36)의 작품 '새(鳥) 여인'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프랑스에 있는 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기억을 재구성한 이 작품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현실과 가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장에서 VR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객이 발을 내디디면 시간은 미래로 흐르고, 뒷걸음을 치면 과거로 돌아간다. 가만히 서 있을 경우는 모든 것이 정지 상태다. 올해 프랑스 파리 팔레드도쿄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작가는 "시공간의 틀을 깨는 작업을 계속하던 차, VR 기술이 눈에 들어왔다"며 "앞으로 VR 기술을 활용해 예술적 담론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현대 물리학의 대표 이론인 '불확정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uncertainty)'를 차용한 이번 기획전에는 권하윤을 포함해 4명이 참여한다. 레바논 작가 왈리드 라드(50)는 중동 곳곳에서 전운이 일고 있는 와중에도 박물관과 미술관 건축 붐이 일고 있는 기묘한 상황에 주목한다. 작가는 "아부다비 등 아랍권에 구겐하임, 루브르 같은 세계적인 박물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동시에 시리아, 예멘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저는 아랍의 예술이 이러한 전쟁으로부터 물리적·비물리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 29개의 뒷면을 벽에 거는 파격을 시도했다. 보통 그림은 캔버스 앞에 그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는 캔버스 뒤 틀에 스케치와 드로잉을 그렸다. 그림 역시 시리아의 한 화가 작품을 모사한 것이다. 캔버스의 앞면을 장식해야 할 이미지들을 뒷면에 그려 놓음으로써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출신 호 추 니엔은 '화양연화' 등 영화적 장면을 짜깁기해 동남아 현실을 비튼다. 하이젠베르크(1901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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