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는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담겨있다. 노년의 재취업과 세대갈등이다. 영화는 첨예한 이슈를 로맨틱 코미디의 어법으로 부드럽게 풀어낸다.
평범한 주부였던 30대 여성 줄스(앤 해서웨이)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해 단시간에 직원 200명을 거느린 회사로 키웠다. 야심찬 워킹맘이 지휘하는 이 회사에 70대 노인 벤(로버트 드니로)이 인턴으로 취직한다. 직원들은 “새로 온 운전기사”라고 착각하지만, 사실 벤은 줄스를 근거리에서 지원하는 비서로 채용됐다. 셔츠를 밖으로 빼내입는 젊은이를 이해 못하는 70대와 SNS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20대 직원들의 동거. 현실에서 신구세대는 불협화음을 빚지만 영화에선 아름다운 하모니다.
‘인턴’은 은퇴세대와 젊은 층의 공존에 대한 바람직한 ‘모범 답안’을 들려준다. 벤은 젊은 사람을 가르치려 들고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어른이 아니다. 미숙한 어린 직원들 주변을 맴돌며 슬쩍 조언을 던진다. 외부 CEO 영입 문제로 고민하는 줄스에겐 “이정도 회사를 키운 사람은 당신”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여자친구와 싸운 직원에게는 “꼭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라”고 조언한다. 나중에 벤은 직원들사이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여유와 지혜를 갖춘 벤은 현명한 멘토를 갈구하는 젊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CGV 예매사이트에 따르면, 예매자는 20대가 51.7%로 가장 높았으며 10대 3.6%, 30대 29.5%, 40대 15.2%였다.
김수진씨(26·여)는 “각박한 직장 생활에서 포용력 있고 삶의 지혜를 나눠 주는 ‘진짜 어른’을 꿈꾸는데 영화가 그 갈망을 대리만족시켜줬다”고 했다. 그 외에도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벤처럼 믿을 만한 조언자를 만나고 싶다” “나 또한 나이 들면 벤과 같은 향기로운 노년이 되고 싶다”는 평이 많았다.
고령화시대 은퇴세대의 재취업 문제가 화두인 우리 사회와 공명하는 부분도 크다. 영화에서 벤은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된다. 영화는 시니어 인턴의 필요성을 에둘러 말한다.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젊은이의 열정이 만나 조직의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영화의 인기는 실버세대의 재취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스타트업 13개 기업으로 구성된 815그룹사는 “제2의 로버트 드니로를 찾아라”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시 산하 중소기업지원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과 60세이상 시니어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60세 이상 관객을 대상으로 ‘미술 도슨트(학예사) 교육’ 수강 기회를 제공했다. 시니어 학예사가 미술을 시니어들에게 가르치는 과정으로, 실버세대의 사회 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 창조산업본부장은 “영화에서처럼 조직에서 위기가 닥치는 고비마다 많은 경험을 지닌 시니어 전문인력과 중소기업들이 손을 맞잡으면 사회적으로 효용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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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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