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두정아 기자] “‘또 피아노냐’ 하실 수도 있는데, 이제는 제가 피아노 치는 남자의 대명사가 된 것 같아요. 부담이면서도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이기도 하죠.”
작곡가 이루마가 아홉 번째 앨범 ‘피아노(Piano)’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오롯이 피아노만으로 연주한 곡들로 채웠다.
전국투어와 유럽 및 아시아 각지에서 바쁜 공연 일정을 소화해온 이루마는 2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총 11곡으로 완성됐다. 다른 악기 없이 오직 피아노만으로 마지막 낙원을 향한 이루마의 갈망을 그려냈다. 가장 애착이 간다는 ‘댄스’부터 ‘더 라스트 파라다이스’까지, 곶자왈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피아노 선율을 가득 담았다.
이루마의 이번 앨범은 그가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완성됐다. 그는 “여러 가지 힘들었는데, 특히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사람 만나는 걸 한동안 피하기도 했다”면서도 “아, 가정은 평탄하다”고 강조하며 웃었다.
그는 “‘이젠 뭘 해야 하지?’하는 고민을 했는데, 음악적인 고민은 어쩌면 내게 있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며 “그러던 중 곶자왈에 영감을 받았는데, 언젠가는 피아노도 숲처럼 사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아늑하고 쉴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언젠가는 잃을 수도 있는 위기를 동시에 느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앨범 타이틀인 피아노는 그에게 각별하지만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루마는 “사실 피아노 연주가 점점 힘들어진다. 작곡을 전공했는데도, 대중은 저를 피아노 치는 사람으로 인식하시는 경우가 많다. 내가 쓴 곡을 직접 연주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심지어 남자가 피아노를 치면 ‘이루마 납셨네’라고 한다고 하더라.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피아노가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인 것 같다. 앞으로는 더 나아가 오케스트라 등 대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사진작가 안웅철이 촬영한 숲의 사진들이 함께 담겼다. 이루마는 “4집 앨범 때부터 안 작가님을 알게 돼 앨범 재킷 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인연을 이어오다 이번에 함께 하게 됐다”며 “오랜 형 같은 분이시고, 나에게 영감을 주시는 분이다. 7집 때는 악보가 아닌 형의 사진을 올려놓고 즉흥으로 곡을 쓰기도 했다”며 각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이날 쇼케이스에 함께 자리한 안 작가는 “이루마는 정말 한결같은 동생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이러한 매력은 이루마의 피아노 음악과 닮았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음악가들과 작업을 했지만, 이루마와는 계속 인연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이번 앨범 ‘피아노’는 6일 오프라인에서도 발매됐다.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