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부름에 주저 없이 입대를 결정한 당신, 21개월의 긴 여정을 마치고 캠퍼스로 돌아왔을 때의 설레는 마음은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힘들었던 군 생활에 보답하듯 다시 돌아온 캠퍼스에는 파릇파릇한 얼굴의 후배들이 마냥 반겨줄 것 같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5년 ‘복학생’은 ‘시조새’, ‘삼엽충’, ‘화석’ 등으로 불리며, 선배를 바라보는 후배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긴 공백기를 마친 복학생들이 이러한 시선을 극복하고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들이 있다.
1.당신은 더 이상 새내기가 아니다.
대학교 1학년, ‘고3’이라는 입시 지옥을 뚫고 신입생이라는 ‘작위’를 얻게 되면 ‘이제는 실컷 놀아야겠다’는 보상심리를 갖게 된다. 공부에 대한 의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놀자’ 바람이 드는 것이다. 지성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이 수험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의 장으로 전락해버린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군대도 다녀온 복학생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몇몇의 복학생들은 자신이 아직도 새내기인 마냥 수업에 빠지고, 음주가무를 즐기기 바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학업에 집중하고 후배들을 다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사회는 군대가 아니다
최근 SNS를 통해 대학의 ‘똥군기(대학 내 군대식 문화)’가 크게 이슈화됐다. 갓 전역한 예비역 선배들이 군복을 입고 기합을 주거나, 군대에서 사용하는 말투인 ‘다’나 ‘까’를 강요하는 등 군기잡기 문화가 횡행하는 모습이다.
신입생 강 모(20·용인시 풍덕천동)씨는 “대학이 아니라 군대에 입소한 것 같다”며 “내가 생각했던 대학의 모습은 이게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현정 국립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군대에서 2년 동안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보상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사실 군대 때문에 이러한 문화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는 나이, 서열 등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 현상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부조리는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나이가 많거나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불의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3.‘혼밥’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방송인 유병재가 출연한 tvN 드라마 ‘초인시대’를 보면 대학교 생활의 냉정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극 중 취직 못한 25살의 복학생으로 등장하는 유병재는 조별과제 모임을 위해 후배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찾지만 후배들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눈치다.
이어 유병재는 25번째 생일을 맞아 혼자 화장실 구석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장면에서 유 씨는 특유의 잔망스러운 눈빛과 움츠린 어깨로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했고, 이를 보는 수많은 복학생들도 이 모습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로 몇몇의 복학생들이 화장실에서 ‘혼밥(밥을 혼자 먹는 행위)’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는 사례가 나타난다. 후배들과 같이 밥을 먹고 싶지만 마땅한 약속이 없고,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화장실이나 빈 강의실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 헤매는 것.
하지만 ‘혼밥’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 포털사이트가 대학생 67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72%가 하루 한 끼 이상을 혼자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학생 10명 중 7명이 ‘편하고 익숙해서’, ‘비용이 적게 들어서’등을 이유로 ‘혼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포만감을 얻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남의 시선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학창시절 또래들과 함께하는 식사문화부터 시작해 군 전역 때 까지 줄곧 어울려 먹는 식사에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그 습관을 놓아줘야할 때다.
4.아르바이트를 해라.
제대한 복학생이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학업과 취업준비에 매진해야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후배들이 이 변명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눈에 선하다.
아르바이트는 학업과 취업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 경험이다. 인턴실습 등도 좋은 경험이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카페, 음식점 등의 외식·식음료 업종이나 매장관리, 판매 등의 서비스업종에서 일을 하게 되면 사람을 응대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또 사무보조 업무 등을 통해 사회생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도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도 대학생 아르바이트 모집에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를 비롯해 각 지역의 시·구청에서는 해마다 대학
당장의 취업을 위해 학점을 높게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업 현장에 나섰을 때 사회 경험이 ‘高학점‘보다 더 높게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매경닷컴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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