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학생이 피아노를 치면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피아노가 그 연주를 실시간으로 재현한다. 건반 터치와 페달 움직임까지 서울 학생 연주를 세밀하게 되살려낸다. 차이콥스키 음악원 교수는 그 연주를 듣고 가르칠 수 있다.
공간을 초월한 ‘원격 레슨’이 어떻게 가능할까. 디지털 피아노 ‘야마하 디스클라비어’ 덕분이다. 연주자가 없어도 데이터만 있으면 스스로 작동한다. 서울에서 온라인으로 보낸 학생 연주 데이터를 시차 없이 완벽하게 재현한다.
서울사이버대학과 차이콥스키 음악원이 최근 원격 피아노 교육을 비롯해 교수진과 학생 교류 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국과 러시아 문화 교류에 앞장서온 이세웅 서울사이버대 이사장과 알렉산더 소콜로프 차이콥스키 음악원장의 오랜 친분으로 성사됐다.
차이콥스키 음악원 피아노과 교수진은 1982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노 거장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와 알렉산더 베르쉬닌, ,나탈리 트룰, 알렉세이 체르노프, 뱌체슬라프 그라즈노프 등 쟁쟁한 피아니스트로 구성돼 있다. 2005년 쇼팽 국제 콩쿠르 공동 3위를 차지한 형제 피아니스트 임동민·임동혁, 실력파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이 곳에서 유학했다.
차이콥스키 음악원은 지난 봄 학기부터 블라디보스토크 음악원과 원격 레슨 교류를 진행하고 있어 경험이 풍부하다. 차이콥스키 음악원 출신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해 블라디보스토크 음악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허묘연 서울사이버대 총장은 “모스크바로 유학가지 않아도 세계 최고 교수진에게 직접 레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차이콥스키 음악원 유명 교수 마스터 클래스도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다”며 의미를 설명했다.
원격 레슨 수업은 오는 9월 새 학기부터 시작된다. 한국과 러시아 시차는 6시간이라 서울에서는 오후 4시에 수업이 진행된다. 현재 영상과 피아노 소리 시차를 없애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이경숙 서울사이버대 석좌교수는 “녹화 영상보다는 피아노 소리를 직접 듣고 레슨해주는 게 중요하다. 디스클라비어는 페달 움직임까지 체크할 수 있어 혁신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사이버대는 지난 3월 피아노 학과를 처음 개설했다. 연세대 음대 학장을 역임한 이 교수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나연, 신지연, 나정혜 교수를 영입했다.
학생은 13명이다. 온라인 평생 교육 대학이기 때문에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예원학교를 수석입학하고 서울예고를 중퇴한 나우철 군(18)은 최근 서울바로크합주단 전국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미래가 촉망된다. 개인 사정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그는 이 교수의 제자가 되어 피아니스트 꿈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이 교수는 “나군은 타고난 음악성과 자기만의 피아노 음색을 갖고 있다. 차이콥스키 음악원으로 유학갈 수 있도록 집중 레슨을 하고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진학 못한 음악 영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대 특성상 온라인으로 이
이 교수는 “좀 더 훌륭한 피아노 교육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많다. 기초 피아노 교육을 시키는 교사가 성장하면 한국 음악 교육 수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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