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쪽, 파인 땅을 사이에 두고 고고학자들이 무언가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미라였습니다.
미라의 드러난 두개골엔 갈색 머리카락이 풍성히 남아 있어 시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 주변엔 항아리와 접시 등 미라의 생전 마지막 여정을 함께한 장례 꾸러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7일 페루 가스 회사 Calidda는 페루 리마의 푸엔테 피에드라(Puente Piedra)에서
천연가스 배관 설치를 위한 발굴 작업 중 한 여성의 미라가 우연히 발견됐다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약 20세에서 25세로 보이는 이 미라는 찬카이 문명에 속한 인물로,
약 900년에서 1,000년 전의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찬카이 문명은 기원전 900~1533년경 페루 중부 해안을 따라 번성한 문명입니다.
와리 문명의 몰락 이후 등장한 그들은 중앙집권적인 정치 구조를 갖고 활발한 교역을 펼쳤지만 잉카 제국의 팽창에 따라 쇠퇴했습니다.
매장지에서는 도기류와 갑각류 잔해가 함께 발견돼 당시 그녀의 식생활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헤수스 바하몬데 / 가스 회사 Calidda 소속 고고학자
- "(미라는) 서쪽, 즉 바다를 향해 놓여 있습니다. 항아리, 병, 물통, 접시, 그릇 등으로 구성된 장례 꾸러미가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일부 접시와 그릇에서는 게와 같은 갑각류 잔해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이 인물이 바다와 어떤 관련이 있었고, 어떤 식단을 가졌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회사는 미라 발견 직후 작업을 중단하고, 고고학자들이 발굴 구역을 확장해 유물을 수습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김나연 디지털뉴스 기자 kim.naye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