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나스닥에 상장된 ASML은 전 거래일보다 주가가 2.75% 하락해 524.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개월간 ASML 주가는 약 3.17% 올랐다. 3분기 실적 가이던스가 전망치를 밑돌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던 반도체 수요 부족에 대한 우려와 달리 수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주가 방어에 성공했다.
이번 2분기 ASML은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5.1% 성장한 54억3000만유로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3.54유로였다. 둘 모두 팩트셋 기준 월가 전망치였던 매출액 53억유로, EPS 3.48유로를 뛰어넘었다. 특히 신규 수주가 85억유로를 기록해 직전 분기보다 약 21%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 호실적과 반대로 3분기 가이던스는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ASML은 3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로 51억~54억유로를 제시했다. 전망치인 64억8000만유로를 크게 밑돌았다. 공급망 차질과 물류 이슈 등으로 장비 인도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 주문을 '우선 출하' 방식으로 받길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가이던스에 악영향을 끼쳤다. 매출 인식이 내년으로 지연되기 때문이다. 우선 출하란 장비를 출하하기 전에 진행하는 자체 테스트를 생략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출하한 뒤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제품 전달 후 테스트가 끝나야 매출로 인식되는 만큼 매출 발생이 지연되는 특징이 있다. ASML은 이로 인해 올해에서 내년으로 매출 인식이 지연되는 금액이 기존 10억유로에서 28억유로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단 ASML에 따르면 실제 출하량은 기존 가이던스 전망과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생산 능력 확대나 공급망 개선 등 실적 전망 상향을 기대할 요인은 부재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ASML이 수요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점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EUV 장비 리드타임이 늘어난 걸 고려하면 단기 업황 변동성으로 고객사가 주문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인 점도 사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수요는 수요처별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PC 등 소비자용 제품에서는 수요 둔화가 관찰되고 있다. 반대로 고성능 컴퓨팅(HPC)이나 차량용 반도체 등 산업 분야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ASML 장비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장기 수요가 확연하게 보이고 있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용 반도체에서도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주 흐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주가 흐름이 부진하나 고객사의 반도체 투자 확대 기조 속에 중장기 펀더멘털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종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