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사업을 분사한다는 소식에 DB하이텍 주가가 12일 급락했다. DB하이텍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5.7% 내린 4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급락은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전담부서인 '브랜드 사업부'를 연내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것을 비롯해 기존 상장사들이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며 주가가 하락했던 경험 때문에 시장이 DB하이텍의 분사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DB하이텍은 이날 공시를 통해 "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날 주가 급락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LG화학 사례와는 달리 브랜드 사업부는 매출 비중이 크지 않고, 회사의 핵심 사업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DB하이텍의 전체 매출 중 20%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 사업부는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외주 설계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DDI는 DB하이텍의 주력 제품인 전력관리반도체(PMIC)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다.
DB그룹 측은 분사 검토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파운드리 업체가 설계도 같이 할 경우 고객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업체들과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 브랜드 사업부 분사를 통해 이같은 우려를 해결함으로써 파운드리 사업 성장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DB그룹 관계자는 "파운드리 회사가 설계 사업을 계속 함께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설계 부문 분사로 파운드리와 브랜드 사업부 모두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DB하이텍 분사 검토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DB하이텍의 주력 제품인 8인치 시스템 반도체 수요 감소로 내년 실적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DB하이텍이 생산하는 PMIC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데 경기 침체 우려로 관련 제품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MIC 등을 생산하는 8인치 파운드리 팹의 가동률이 올 하반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PC, 스마트폰 등 IT기기 수요가 둔화되면서 8인치 파운드리 공급부족이 완화될 전망"이라며 "최근 DB하이텍의 주가 부진 원인은 영업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제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