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 심리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서 조사한 주간 아파트 수급 동향에 따르면 11월 5주(11월 2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3을 기록하며 100 이하로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간 것은 작년 5월 25일(99.7) 이후 1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지수화한 것으로, 100 미만이면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은 전주보다 0.6포인트 하락한 98을 보이며 3주 연속 10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96.1) 잠깐 100 이하로 내려왔다가 다시 한 주 만에 100 이상으로 올라갔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서울 지역에서 매수 심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국 지역별로 보면 부산(99.1→98.7), 인천(103.3→102.1), 대구(89.6→89.4), 광주(106.3→105), 대전(105.6→102.8), 울산(98→97.2), 세종(94.2→93.4) 등 대부분 지역에서 매매수급지수가 하락했다. 거래량 또한 급격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총 7만5290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7.8%,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8.8% 감소한 수치다. 10월 기준으로는 2017년(약 6만3000건) 이후 가장 낮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0월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1982건으로 전월 대비 14.1%, 전년 동월 대비 23.6%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도 소폭 늘어났다.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1만4075가구로 전월 대비 1.7%(233가구) 증가했다.
현장에서도 미묘한 변화들이 감지된다. 특히 서울 강북권과 외곽 지역에서 매물이 늘고 호가가 하락하고 있다.
11월 5주 아파트값 주간 상승폭이 0%(부동산원 집계)로 나타난 서울 강북구는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3일 기준 최근 열흘간 아파트 매물이 1.8% 증가했다.
강북구 미아동 대단지 아파트인 래미안트리베라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전보다 확실히 매물이 늘었지만 꼭 필요한 실수요자 위주로만 조금씩 거래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아파트 26평형은 지난 10월 실거래가인 9억1700만원 근처에서 거의 가격이 변하지 않은 채 호가가 형성돼 있다.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34평형은 지난 6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6억원 매물도 보인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전까지 더 이상 큰 돌발 변수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 심리와 가격 상승폭이 조금씩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단기간 둔화 추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연초에는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 수요가 항상 일어나는 만큼 장기간 하락이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박준형 기자 /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