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 [사진 제공 = 셀트리온] |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9월 말 25만9500원에서 이달 12일 21만3500원까지 17.7% 하락했다.
이 기간 셀트리온의 시가총액도 35조7940억원에서 29조4491억원으로 6조3449억원 급감했다.
12일 셀트리온은 카카오뱅크에 밀려 시총 순위가 11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8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시총 3위까지 올랐고, 지난해 3월에도 시총 4위를 찍기도 했다.
특히 12일 하루 동안의 주가 흐름은 주주들의 입장에서 매우 뼈아프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렉키로나의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밤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렉키로나에 대해 '승인 권고' 의견을 냈다. CHMP의 승인 권고는 사실상 유럽 의약품 승인을 의미한다. 이 소식에 12일 셀트리온 주가는 10% 가까이 급등 출발했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0.47%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1.5% 급등하고 929개 거래 종목 가운데 82.3%인 765개 종목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렉키로나의 유럽 승인 소식이 셀트리온 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나 다름 없다.
셀트리온의 동생격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셀트리온과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개장 직후 15%까지 급등하다 0.23% 하락으로 마감했다. 셀트리온제약 역시 14.94%이던 상승폭이 1.55%까지 준 상태로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도 위태롭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코스닥 시총 2위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각각 13조2541억원, 12조3407억원이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그대로 있다고 가정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6.9% 하락하면 코스닥 시총 1위가 뒤바뀐다.
지난 9월 말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시총 차이는 6조7000억원 수준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닥 대장주 자리는 전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9월 말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21.8% 하락한 반면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0.5% 오르면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막내 동생격인 셀트리온제약 역시 9월 말 시총 5위에서 현재 7위로, 한달 반새 두 계단이나 밀린 상황이다.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가 최근 급락한 것은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렉키로나가 3분기에는 유럽에서 판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최종 승인까지는 1~2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승인 시점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는 와중에 강력한 경쟁자도 등장했다.
최근 머크와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코로나 알약에 대한 임상 결과를 내놓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화이자의 코로나 알약 '팍스 로비드'를 증상 발현 후 3일 이내에 복용한 임상 참가자 중에 사망자는 없었고 입원 확률도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렉키로나는 주사제 형태이기 때문에 전문 의료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머크와 화이자는 알약 형태여서 쉽고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 코로나 알약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렉키로나는 투약기간이 짧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렉키로나는 링거처럼 30~90분간 투약하는 데 1회 투약시 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머크와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는 5일 가량 약을 복용하는 데 이 비용은 80만원 정도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 알약의 등장이 렉키로나의 매출 전망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렉키로나도 이들 코로나 알약과 병행해 사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렉키로나 뿐만이 아니다. 본업인 바이오 시밀러 사업 자체가 부진하다. 렉키로나의 유럽 승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 셀트리온 주가는 4% 상승했지만 3분기 실적이 나오자 다음날인 11일 주가가 다시 하락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증권가의 전망치 1968억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KB증권,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셀트리온이 코로나 치료제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본업을 소홀히했다는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치료제의 개발, 허가, 생산에 집중하면서 셀트리온의 단기 펀더멘탈이 약화됐다"라며 "생산 여력이 부족해, 외부 CMO 물량을 늘렸고 그룹의 역량이 이 부분에 집중되면서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장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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