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시 내부자료에 따르면 6·9 대책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 조기화의 영향을 받는 정비사업구역은 재개발 63곳, 재건축 67곳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주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기준일을 별도로 정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안전진단 통과~조합 설립 이전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관리처분 인가 전 재개발 단지가 직격탄을 맞는다.
이 단계에 해당하는 재개발 사업장 63곳 중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는 3곳에 불과하지만 비강남3구는 60곳에 달한다. 문제는 강북 정비사업구역의 경우 강남 정비사업구역에 비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지불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6·9 대책이 입법되는 9월까지는 조합원들이 '프리미엄'을 받고 기존 집을 팔고 나갈 수 있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이 당겨진다면 이마저도 매우 어려워진다.
강북에서 정비사업 이주비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권 관계자는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계속 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분담금 문제로 잡음이 많이 발생한다"며 "재개발을 막기 위해 정책을 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조합원들의 기존 자산가치)을 뺀 금액이다. 노후 주택에 대한 감정평가액과 새 아파트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보통은 환급받는 경우보다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분담금이 보통 수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조합원의 출구 전략은 프리미엄을 주고 파는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재개발 지역 빌라 시세는 보통 감정가보다 훨씬 높기 마련인데, 시세와 감정가의 차이가 프리미엄"이라며 "조합원 양도 금지 시점이 사업 극초기로 당겨진다면 엑시트할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프리미엄을 주고 동네를 떠나는 것을 두고 '쫓겨난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라며 "이들은 수억 원의 목돈을 얻어 새 보금자리에 정착하고, 이런 식의 손바뀜이 재개발을 촉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힌다면 보유 노후주택의 시세가 감정가와 별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조합원 분양을 신청하지 않고 감정가만큼 현금으로 돌려받는 '현금 청산'과 다를 바 없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기회가 없어진다면 정비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 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일으킨다 해도 입주 시 형성된 시세가 15억원 이상이라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도 불가능하고, 대출도 안 나와 꼼짝없이 현금 청산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의 정비사업구역은 같은 규제를 적용받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에 큰 장애가 없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존 조합원들의 경제력이 충분해 추가 분담금을 못 낼 우려가 강북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은 "이 제도가 실행되면 입지가 좋고 대기 수요가 많은 곳은 오히려 더 속도가 나고, 입지가 애매하고 수요가 없는 곳은 추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정비사업 경험과 경제력이 절대적으로 차이가 나니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은 이런 규제가 오히려 '메기 효과'로 작용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가령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압구정과 반포 재건축 단지의 조합 설립 릴레이는 작년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에 기인한 것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