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증시 강세장에서는 소외되고 조정장에서는 함께 하락한 제약·바이오 업종이 다음달 미국암연구학회(AACR) 이벤트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AACR은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와 함께 글로벌 양대 항암학회로 꼽힌다. ASCO가 항암제 후보의 후기 임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AACR은 기초 단계 연구에 집중한다. 초기 단계 항암제 후보를 개발 중인 바이오벤처들이 회사의 연구 성과를 글로벌 업계에 알리는 데 적합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KRX헬스케어지수는 전일 대비 91.83포인트(2.09%) 오른 4489.44에 마감됐다.
지난주 종가인 4497.62와 비교하면 소폭 하락했지만, 바이넥스가 허가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조작한 게 드러난 영향으로 주초 제약·바이오업종이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비보존제약도 바이넥스와 마찬가지로 허가·신고와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한 사실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도 강세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
이 같은 강세는 다음달 개최될 예정인 AACR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4~6월 세계 암학회인 AACR과 ASCO 일정이 예정돼 있다"며 "다수의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ACR·ASCO 참가 기업들에게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인수·합병(M&A) 및 라이선스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올해 AACR에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파멥신, 에이비엘바이오, 압타바이오, 지놈앤컴퍼니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얀센과 함께 렉라자(레이저티닙)와 아미반타맙의 병용임상 1상의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2018년 렉라자 기술을 도입한 얀센은 자사의 이중항체 항암 신약 후보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요법도 개발 중이다.
파멥신은 면역항암제 후보 PMC-309의 전임상 결과를, 에이비엘바이오는 면역항암 플랫폼 기술 '그랩바디-T'와 이를 활용해 도출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후보 ABL501에 대한 연구결과를 각각 발표한다.
압타바이오는 삼진제약과 함께 연구 중인 급성백혈병(AML) 치료 후보 Apta-16의 임상 1상 설계 디자인을 소개한다. 특히 비임상 단계의 동물실험에서 애브비의 베네토클락스와 병용해 약효가 20배 가량 증가하는 게 확인됐다고 압타바이오는 전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면역항암 신규 표적의 자체 발굴 성과를 알릴 계획이다. GICP-104라는 코드명이 붙은 신규 표적은 암환자들의 암조직에서 높은 비율로 발현되며, 이를 억제하는 면역항암 신약 후보로 도출된 게 GENA-104이다. 지놈앤켐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GEN-001과 독일머크·화이자의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아벨루맙)의 병용요법도 개발하고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업체는 신규 표적 면역항암제보다 글로벌 빅파마의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투여 약물 개발이 유리한 상황"이라며 "이중항체를 활용해 면역 반응을 높이는 기술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AACR 이벤트가 제약·바이오업종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도 제약·바이오업종의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지는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행사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글로벌 업계와의 스킨십 효과가 반감됐다는 토로도 나온 바 있다. 이번 AACR 역시 온라인 방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AACR을 비롯한) 학회 발표 여부는 참고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형태의 기술이전과 같은 성과가 나타날 경우 섹터(업종) 전체의 투자 심리를 반전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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