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에 막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17년째 추진하는 금융중심지 조성에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주 52시간제 운영 관련 자본시장 현장 방문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외국계 IB 관계자들은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IB 분야에 대한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주장했다.
또 참석자들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과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전까지 계도기간 연장을 제시했다.
특히 이들은 주 52시간 문제가 외국계 IB의 진출과 영업 확대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는 업무 특성상 특정 기간에 압축적으로 일을 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50인 이상~299인 이하 사업장에도 일괄 적용되면 외국계 IB도 적용받게 돼 업무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IB 사이에서는 인력 유출, 인력 전환 배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한 외국계 IB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앞서 한국으로 배치하기로 한 인력을 싱가포르로 발령 냈다. IB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문제로 IB 업무를 포함한 국내 사업의 완전 철수를 고려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외국계 IB 대표는 "해외로 재배치되는 인력은 1년 이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본사에서 주 52시간제 관련 현안을 접했을 때 한국 대표가 관련 문제로 고발당하는 등 법적 리스크에
간담회를 주선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업무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운영이 필수적"이라며 "계도기간 연장과 IB 분야에 대한 규제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