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4일 철거 수순을 밟는다고 발표한 중구 입정동 을지면옥 전경. [매경DB] |
하지만 서울시가 1년 전 원활하게 진행되던 사업을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마디로 중단시켜 시행자와 토지주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겨줬으면서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서울시는 일부 토지주와 자치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운구역 내 대다수 정비구역을 해제하고 서울시 및 공공기관 주도로 '도시재생'을 하기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에선 관(官) 주도 도시재생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대규모의 세금만 낭비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4일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을지면옥 소유주분을 직접 만나 봤는데 건물 실체를 보존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며 "을지면옥은 철거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양냉면집인 을지면옥은 서울시가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세운3-2구역에 있고 건물 소유주와 식당 운영자가 같다.
지난해 초 박 시장은 "소중한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 나가겠다"며 '을지면옥 원형 보존'을 주장했는데, 정작 소유주가 '홀로 보존'을 원치 않자 서울시가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을지면옥과 을지다방은 현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하는 것을 전제로 신축 건물 내 입점을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 내에선 을지면옥이 새로 신축된 구역 내 청계천변 인근에 재입점을 원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고 양측이 추후 협의해야 하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입장을 번복한 덕분에 을지면옥이 속한 세운3-2·6·7구역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세운 3-2·6·7구역에는 대지면적 8829.30㎡에 지하 8층~지상 25층 규모 공동주택(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짓는다.
다만 시행사 측에선 막대한 손실이 났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금융과 설계변경 비용으로 추가된 것만 15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서울시가 세운구역 중 대다수를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고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서울시는 세운지구 내 171개 구역 중 사업 미추진 152개 구역을 일괄적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구역은 2014년 3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 신청 없이 5년이 경과해 일몰 시점이 지났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하지만 종로구 관할인 세운2구역의 일부 토지주가 정비사업을 원해서 연장 신청을 했음에도 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세운상가 주변은 워낙 슬럼화가 돼서 자발적인 개발에 맡기기에는 어려운 동네"라고 말했다. 난개발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산업재생'이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협력해 공공산업거점 8곳을 조성하고 이곳에 주변 임대료 시세(전용 3.3㎡당 10만~22만원)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상가 700곳을 배치
하지만 투입되는 비용이 최소 수백억 원으로 추정되는 데 비해 실익은 높지 않다. 실제로 LH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건축비용만 56억원에 이르며, 이번 도시재생 사업에 참석하는 민간 업체는 거의 없다.
[나현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