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과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이날 새벽 총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수출입은행은 5억달러,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20억달러어치를 각각 확보했다. 글로벌 본드는 아시아·유럽·북미지역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달러채권이다. 발행기업은 대부분 청약 참여자가 해외 기관임을 고려해 외국계 증권사에 실무 업무를 맡기는 편이다.
수출입은행은 5년 단일물로 5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유럽과 미국을 거쳐 이날 새벽 2시쯤 수요예측을 마감했는데, 140여 개 기관에서 약 32억달러의 청약을 확보했다. 수출입은행은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발행금리를 미국 국채 5년물에 0.475%를 가산해 책정했다. 이는 투자자에게 제시한 가산금리(0.70%)보다 약 0.2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발행된 한국물(정부채 제외) 중 가산금리가 가장 낮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만기를 3년(10억달러) 5년(5억달러) 7년(5억달러)으로 나눠 자금을 확보했다. 새벽 5시 무렵까지 주문을 받았는데, 청약금액이 한때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등 투자자 관심이 높았다고 실무진은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목표 가산금리 대비 0.23~0.30%포인트 낮게 조달을 성사시켰다.
시장 참여자들은 두 회사의 한국물 발행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평가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한국물 시장은 견고하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입은행 발행은 아시아 채권시장에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최근 열흘 사이 달러채권을 발행한 현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수출입은행은 국책 금융기관으로 대한민국 정부 신용도와 같은 등급을 적용받는다. 시장 관계자는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에 따라 조달 시기를 고심하는 기업이 생기는 시점이었다"며 "수출입은행이 청약 흥행을 이끌어내면서 중국 화타이증권과 인도 발전공기업 등도 자신감을 갖고 수요예측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이번 발행으로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외화 조달이라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당초 최대 15억달러어치
발행사 또한 신종 코로나가 한국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달 외화채 발행을 준비 중인 곳은 KDB산업은행과 광물자원공사 두 곳이다. 두 회사는 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