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Dual Class Shares) 제도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CFA협회가 1주당 의결권 1개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CFA한국협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차등의결권 심포지엄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협회 공식 의견을 제시했다.
차등의결권은 주식 1주 당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주 1의결권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 상법 369조에 '1주 당 1의결권' 원칙이 명기돼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차등의결권 제도는 경영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 경영권 위협 없이 원활한 자금조달을 하고, 단기 주가 압력 없이 장기적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도 다분하다. 의결권 대결이 제한되기 때문에 대주주가 기업을 독단적으로 경영하더라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게 되기 때문이다.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 제도의 선과 악 그리고 부작용'을 주제로 발표한 록키 텅(Rocky Tung) CFA협회 아시아본부디렉터는 "우리 협회는 '1주 1의결권' 원칙이 좋은 기업 지배구조의 기초가 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면서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려는 제안은 투자자 보호를 약화시키고 지나친 경영권 보호와 도덕적해이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텅 디렉터는 "제도를 도입한 페이스북, 스냅챗 등 차등의결권 구조를 가진 일부 기업의 경험은 그런 회사들이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해를 끼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따라서 차등의결권 상장을 허용하는 시장의 경우 CFA협회는 이러한 주식 보유 구조에 직면해 투자자 보호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FA협회는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제도의 '일몰 조항'을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더라도 일정 기간 이후에는 다시 의결권을 1개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CFA 협회 자체 서베이에 따르면 해당 일몰 기간은 3~10년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의결권 차등을 1대 2 또는 1대 5 수준으로 하는 것이 적당할 것으로 봤다.
다음 발표자인 진익 국회예산처 경제분석실장은 "차등의결권 찬반 논란의 핵심은 경영권 보호와 일반 투자자 권익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두느냐 가치판단을 하는 것"이라면서 "경영진과 투자자간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투자자 보호 측면에 있어 안전장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 중인 관련법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주주들이 동의할 때에 한해서만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특례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벤처기업에 한해서만 의결권을 2~10개로 차등 허용하기로 하고, 해당 주식의 이전이나 상속 시에는 바로 의결권을 1개로 전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그외 기업공개(IPO) 전 1회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진 실장은 "다만 정책입안자들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입법부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국회에서는 토론 활성화를 위해 객관적인 연구를 계속하겠지만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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