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매일경제신문이 현재까지 공개된 수도권 신규 택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분석한 결과, 일부 지역이 그린벨트 해제 기준(3~5등급)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작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그린벨트 해제 기준에 대해 "이미 훼손돼 보존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활용해 택지를 확보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린벨트 평가등급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이 환경적 가치가 높고 5등급이 가장 낮다.
하지만 시흥 하중지구는 환경영향평가 2등급을 받은 토지가 전체 지구의 36.3%였다. 하중지구에서 3개 후보 권역을 조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그린벨트 2등급을 받은 지역이 상당수라 관련 기관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중지구는 정부가 작년 9월 21일 공개한 인천·경기 지역 신규 택지 6곳 중 하나다. 의왕 청계2지구도 환경영향평가에서 1·2등급을 받은 지역이 많이 포함됐다. 이 지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지구 전체 면적(26만4918㎡) 중 1, 2등급이 9만3126㎡로 38.6%에 달했다.
국토부는 "땅 모양의 정형화 등을 고려하다 보니 1·2등급 그린벨트를 일부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며 "택지에 포함된 개발제한구역도 대부분 농지이고,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천 검암역세권 등 지난해 9·21 대책 때 공개된 나머지 택지에서도 '2등급 이상 그린벨트를 활용했다'는 논란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최근 "계양은 2등급 그린벨트가 대부분인 지역"이라며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인한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과 그린벨트 훼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재작년 12월과 작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먼저 발표된 수도권 택지 중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이 꽤 포함돼 있다. 화성 어천지구는 그린벨트 해제 면적(66만341㎡) 중 1, 2등급이 30만7028㎡로 전체 면적의 46.5%를 차지했다.
시흥 거모지구(152만2150㎡)도 '기준 미달지역'이 포함됐다. 남양주 진접2지구에서도 주민들이 "그린벨트 1·2등급이 85%인 지역"이라며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원칙과 어긋난다"고 대규모로 반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도권에서 주택 대량 공급 해법이 쉽지 않자 개발제한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개발 가능한 땅은 제한된 상황에서 '30만가구'라는 숫자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니 기준이 깨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4·5등급을 받은 곳은 대부분 개발이 완료됐거나 개발 중인 지역"이라며 "결국 3등급을 위주로 가져가야 하는데 면적이 한정된 만큼 상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을 때도 '후보지'를 찾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작년 9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개 후보지를 미리 공개해 문제가 됐을 때도 '3등급 기준'을 만족하는 곳은 광명·의정부·성남 등 3개 지역뿐이었다. 일각에선 후보지 중 상당수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지만 시흥·의왕 등은 9·21 대
일각에선 '그린벨트 해제 기준'이 일부라도 깨졌다는 사실 때문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원래부터 그린벨트 자체가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부의 '3등급론'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