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들의 신년사 주요 메시지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 정확히 10년 전인 2009년과 유사하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시기다. 2008년 하반기 미국 투자회사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2008년 한때 1000선이 붕괴됐던 국내 코스피는 2009년에도 1157.4로 시작했다. 전 세계 실물경제 충격파가 1년 내내 이어지며 국내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경제 상황도 리먼브러더스 파산만큼의 충격파는 아니지만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나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전년보다 소폭 하락한 2.5% 전후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 등은 국내 중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3%대 후반이지만 최근 주요 예측치 발표 회사들이 잇달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 여건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빈틈없는 상시점검체계를 구축하고 상황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금융위원장을 지냈던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도 당시 신년사에서 "실물경제 위축이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 침체와 금융 부실의 악순환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처방도 비슷했다. 최 위원장은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금융이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이 적극적으로 산업을 지원하고 혁신 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력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전광우 이사장도 "금융산업이 실물경제를 지원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위기가 선진화와 도약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금융이 실물경제의 후원자로서 핵심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위뿐 아니라 금감원 수장들 메시지도 비슷했다. 이날 신년사를 발표한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위기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잠재위험 관리에 만점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금융감독원 수장이던 김종창 전 원장도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느슨한 줄로는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없으니 긴장의 끈을 다시 한번 조이는 새로운 다짐을 하라"며 위기
다만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은 다소 상반됐다. 금융의 산업 지원을 내세운 최 위원장과 달리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더욱 강조했다. 윤 원장은 "금융질서에 대한 도전행위에 엄정 대처해야 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