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을 비롯해 올해 상장을 연기했던 기업들이 내년에 다시 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시장을 차분히 기다리자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공모주 펀드는 채권 투자 비중이 높아 시장 방어력이 큰 만큼 급격히 높아진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도 풀이된다.
2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112개 공모주 펀드에는 최근 1개월 동안 자금 237억원이 순유입됐다. 최근 3개월간 1073억원이 빠져나가며 환매세가 집중됐던 것을 감안하면 자금 흐름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흥국멀티플레이30공모주펀드(376억원)와 하이공모주플러스10펀드(195억원) 등이 최근 1개월 동안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올해 상장을 연기했던 기업들이 내년에 다시 도전장을 내며 시장을 달굴 것이란 기대가 공모주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를 바꾸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금액은 약 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8조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 내년에는 공모시장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내년 상장이 기대되는 대어급으로는 교보생명, 현대오일뱅크, 바디프랜드, 카카오게임즈 등이 꼽힌다.
창사 60년 만에 IPO에 나서는 교보생명은 공모 규모가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공모주 발행을 통한 자본 조달 규모를 확정하고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에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큰 현대오일뱅크는 공모 규모가 2조원, 기업가치는 8조원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기업가치가 1조~1조5000억원으로 평가된다. 공모금액이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롯데 역시 상장 후보군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대어급으로 평가받던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등 IPO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공모주 관련 펀드의 자금 유출을 부추겼다"며 "다만 소형주에 집중됐던 올해와 달리 내년 대형급 기업이 IPO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공모주 펀드의 우수한 시장 방어력도 매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공모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66%를 기록했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대부분이 두 자릿수 손실률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포트폴리오에 채권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 일부 자산을 공모주에 투자하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하이일드 채권을 담은 일부 공모주 펀드는 올해 15% 넘는 수익률을 내며 돋보이는 성과를 과시했다.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는 연초 이후 15.11%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자산 중 최소 30% 이상을 신용등급 투자부적격(BBB+) 이하인 비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스타일의 펀드다.
또 다른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인 KTB코넥스하이일드펀드와 흥국공모주하이일드펀드 역시 연초 이후 수익률이 5%를 상회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대어급 IPO가 예정돼 있는 것이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에도 호재"라며 "다만 하이일드 펀드는 비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기업 부도 등 위험이 있어 운용사와 매니저 경력 등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 펀드 역시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되찾게 되면 수익률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코스닥벤처 펀드가 공모주 물량 30% 우선 배정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설정된 12개 코스닥벤처 공모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3.28%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지난 4월 설정 이후
내년부터 IPO 주간사가 공모주 물량을 자유롭게 배정하지만 올해까지 설정된 코스닥벤처 펀드에 한해서는 공모주 우선배정 권한이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주 시장 훈풍에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