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NH농협은행과 농협손보 대표는 유임됐고, 새 농협생명 대표에는 홍재은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 농협캐피탈 대표에는 이구찬 농협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장이 추천됐다.
17일 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지주의 100% 완전 자회사인 은행·생보·손보·캐피탈의 CEO 추천 절차를 끝냈다고 밝혔다. 이날 선정된 후보자들은 회사별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며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내년도 경기 전망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만큼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잠재 수익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새 농협생명 대표로 선임된 홍재은 부문장은 1960년생으로 의정부고와 성균관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자금부 투자개발팀장, 금융기획부 시너지개발팀장과 기업고객부 단장을 거쳐 2012년 농협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 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은행 자금부장에 이어 2017년에는 다시 지주로 이동해 현재까지 사업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금융시장 부문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아 농협생명이 경영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적임자라는 게 지주 안팎의 평이다.
지주 관계자는 "농협생명이 2022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자산건전성을 갖추고 체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인 만큼 이 분야에 강점을 지닌 전문가를 선임한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부터 농협캐피탈을 이끌 이구찬 본부장 역시 은행 현업 경험과 제2금융 여·수신 자금 업무를 두루 섭렵한 이력을 보유했다. 1960년생으로 경북 산동고와 경북대 임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한 이 본부장은 1987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경북 기획조정팀장과 경주시지부 금융지점장 등을 거쳤다. 2013년 상호금융 여신부 단장을 맡으며 상호금융에 발을 디딘 후 투자부 단장, 기획부장, 수신부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상호금융 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1년 더 연임한다. 재임기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건강한 은행을 만들었고, 올해 은행 출범 후 처음으로 연간 손익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실제 농협은행은 이미 지난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어난 9339억원을 달성해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행장 연임에는 '1년+1년', 즉 1년 후 재신임을 받아 임기를 1년 더 연장하는 방식인 금융계열사 CEO 임기 시스템이 중장기 경영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 김광수 회장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앞서 김 회장은 "자회사 사장 임기가 짧다"며 "사장이 중기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장기 성장동력을 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함께 연임에 성공한 오병관 농협손보 대표도 지난 1년간 회사 토대를 마련하고 조직 안정화에 성공한 점이 감안됐다. 1~3분기 순익은 작년보다 80% 넘게 줄었지만 올여름 극심한 폭염 피해라는 변수가 있어 '임기 2년 차'를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진에 이어 CEO 인사까지 마무리한 만큼 농협금융은 '장기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한 내년도 경영계획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에서 지주 내 사업전략부를 신설해 지주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생명 산하에는 자산부채 포트
경기 하락 가능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체계 강화, 금융계열사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빅데이터 플랫폼과 홍콩·뉴욕 등 글로벌에서 기업금융·투자은행(CIB) 사업을 추진하는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