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초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순자산액은 23조4379억원으로 국내 주식 액티브 펀드의 순자산 23조1391억원을 제쳤다. 5년 전만 해도 국내 주식 액티브형은 순자산이 40조6933억원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 9조2388억원의 4배 이상이었으나 설정액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데다 수익률까지 저조해 채권형 펀드보다 순자산이 적어지게 된 것이다. 순자산은 설정 규모에 수익률을 반영한 개념이다.
수익률을 감안하지 않는 단순 설정액은 여전히 주식형 액티브가 채권형을 앞선다. 그러나 설정액 격차도 크게 줄어들어 조만간 역전 가능성이 높다.
이달 초 기준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24조4318억원으로 채권형 펀드(22조7727억원)를 간신히 앞서고 있다. 최근 반년 동안 액티브 펀드에서 4662억원의 자금이 빠질 때 채권형 펀드엔 2조7437억원이 들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설정액 측면에서도 규모가 역전될 공산이 큰 셈이다.
펀드슈퍼마켓에 따르면 최근 전체 펀드 중 1개월 유입액이 가장 많은 상위 5개 펀드도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유입액 1253억원), KB스타막강국공채펀드(958억원), 미래에셋솔로몬장기국공채펀드(920억원), 한국투자 크레딧포커스펀드(592억원), DB정통크레딧펀드(495억원) 등 모두 채권형이다.
채권형 펀드 순자산이 액티브형 펀드를 앞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연초 대비 액티브형 펀드 수익률이 15.8% 하락할 때 채권형 펀드는 2.56% 올랐다. 5년 장기 성과를 보더라도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은 0.42%로 채권형 펀드 13.47%는 물론 인덱스 펀드 8.95%에도 못 미친다. 증시 하락에다 높은 수수료 부담까지 겹쳐 투자자들이 액티브형 펀드에서 돈을 빼 인덱스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로 옮겨 타면서 액티브형 설정액은 크게 줄었다.
오춘식 유진자산운용 상무는 "과거 높은 수익률을 냈던 액티브 펀드들이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하자 투자자들 신뢰를 잃었다"면서 "시중의 자금은 많다 보니 비교적 안정적 자산인 채권형 펀드로 기관과 개인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는 펀드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도 쉽지만 채권투자는 최소 몇 천만 원의 자금이 필요한 점도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오 상무는 "보험사와 연기금 역시 여러 종류 채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 채권형 펀드를 매수하고 있다"면서 "금리상승기에도 비교적 금리변동 위험이 작은 짧은 듀레이션의 채권형 펀드로는 돈이 계속 들어왔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된 상황이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내년 미국 금리 인상의 종료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