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위례신도시를 시작으로 신혼희망타운이 첫 분양에 돌입한다. 문재인정부가 신혼희망타운을 비롯해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기준이 들쭉날쭉해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실현과 정치권 종용에 각종 혜택을 급하게 늘리다 보니 동일한 부부가 실행 부처·기관에 따라 '신혼부부'가 됐다가 '신혼이 끝난 부부'도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위례 신혼희망타운의 청약 자격조건을 묻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총 508가구가 들어서는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은 21일 입주자 모집공고가 발표되고 27~28일 청약 신청을 받는다. 계약은 내년 3월 이뤄진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의 주요 수요자가 될 '신혼부부'들은 자격조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신혼부부 주거 지원 방안에서 '혼인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주택 매매 등을 직접 지원하는 신혼희망타운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은 '혼인 7년 이내'를 신혼부부로 인정한다. 임대주택인 행복주택과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기안심주택도 '혼인 7년'까지를 신혼부부로 보고 있다.
그런데 대출제도에선 기준이 다르다. 디딤돌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혼인 5년'을 신혼으로 판단하고 대출을 해준다. 디딤돌대출은 신혼부부가 집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전세를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서울시의 임차보증금 지원제도도 혼인 5년까지를 신혼부부로 판단한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카페 등에는 '신혼부부 기준이 헛갈린다'며 정확한 기준을 묻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히 자녀를 둔 결혼 5년차 안팎 부부들이 청약과 대출 분야에서 기준이 달라 혼란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예비 신혼부부'다. 정부의 주거 지원 제도마다 이를 해석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주택에 입주하기 전까지 혼인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행복주택도 입주 지정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만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예비 신혼부부'는 입주자 모집공고일부터 1년 이내에 혼인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정부가 주거복지 차원에서 진행하는 대출 지원제도에선 기준이 또 다르다. 디딤돌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청첩장 또는 예식장 계약서상 결혼 예정일이 '대출 신청일'부터 3개월 이내여야 한다. 서울시의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은 '신청일 기준'으로 6개월 이내 결혼예정자를 '예비 부부'로 보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의 자격조건에 대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특히 소득요건과 자산조건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신혼희망타운의 입주자 소득기준은 맞벌이의 경우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30%(3인 이하 가족 월 약 650만원), 외벌이는 120%(월 약 600만원)이다. 순자산은 2억5060만원 이하여야 한다.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의 예정 분양가는 전용 46㎡는 3억9700만원, 전용 55㎡는 4억6000만원이다. 전용 55㎡에 청약하는 사람이 집값의 최대 70%까지 지원되는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대출 기간 20년·연 1.3% 금리 혜택을 받아도 한 달 평균 원리금 152만원을 내야 한다. 위례보다 분양가가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수서역세권은 월 부담금이 200만원에 육박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요자들은 '맞벌이로 650만원을 벌고 아이가 한 명 있는 가정'에는 부담이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입지 좋은 지역의 신혼희망타운은 본인 벌이는 적어도 재력가를 부모로 둔 '금수저' 신혼부부들이 차지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 핵심인 신혼희망타운이 다른 용도로 '유용'되는 것은 어떻게든 차단해야 할 텐데 정부가 일일이 가려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혼희망타운의 소득요건이 지나치게 '빡빡하다'며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결혼 4년차 40대 가장'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10년 넘게 회사에 다니고 알뜰
또 신혼희망타운이 전용 46~55㎡의 소형주택이어서 주택 규모가 너무 작다는 불만도 크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