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칙없는 증권세제 ◆
↑ 미·중 갈등 격화와 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로 10일 코스피가 급락했다. KEB하나은행 본점 전광판이 코스피 지수를 가리키고 있다. [이충우 기자] |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해외 주식을 제외하고는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주는 상계(netting) 제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 내, 상품 간, 시점 간 손실을 전혀 인정해주지 않고 조금만 이득을 본 부분만 있으면 과세가 된다.
먼저 단일 상품 안에서도 손실을 봤다고 하더라도 세금은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주식과 채권이 함께 들어 있는 국내 혼합형 펀드라면 주가가 떨어져 펀드 투자자가 환매할 때 큰 손실을 봤어도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 15.4%가 과세된다. 한 상품 안에서도 손익 합산이 전혀 안 되는 과세 구조 때문이다.
금융상품 간 손익 통산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전체 투자 금액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세금은 내게 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에서 2000만원 손해를 보고 해외 펀드에서 4000만원 손해를 봤다고 하더라도 국내 파생상품에서 2000만원 이익을 거두면 세금은 192만5000원을 내게 된다. 이득을 본 부분에는 기본공제 250만원을 빼고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손실을 크게 본 투자자가 올해 조금 이익을 실현했다고 과세를 하는 문제도 있다. 금융상품 손실에 대해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고 양도세는 한 해의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 세제의 조세저항을 없애려면 손실을 이월해서 현재 손익에서 빼주는 세액 이월정책(carry forward)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시 관련 세제에 대한 투자자 불만 중에는 이중과세 논란도 있다. 현재는 양도세를 납부하는 대주주 기준이 15억원(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공통)이라 거래세와 양도세를 이중으로 내는 과세자가 1만1000명 정도이지만 2021년에는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진다. 8만명 이상이 이중과세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본질이 같은 투자일 때에도 세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투자상품 간 형평성 문제다. 해외 주식을 직접 매매할 때와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때 과세 불평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주식을 직접 매매할 때는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2%를 낸다. 거기다 1년간 매매 손익을 합산해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 이익을 본 종목이 있더라도 다른 종목을 손절매해 총 손익이 마이너스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해외 주식형 펀드는 매매차익과 환차익까지 배당소득으로 추산해 과세한다. 매매차익이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세까지 부과돼 최고세율 46.2%까지 적용될 수 있다. 펀드 간 상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투자자가 다른 펀드에서 큰 손실이 났더라도 이익을 본 펀드에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아마존 주식에 투자해 40% 수익을 내고 1억원을 텐센트에 투자해 20% 손실을 본 투자자라면 총 수익은 2000만원이고 양도소득세는 385만원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중심이 되는 미국 4차 산업 펀드에 1억원 투자해 40% 수익을 내고 텐센트가 중심이 되는 중국 4차 산업 펀드에 1억원 투자해 20% 손실을 본 투자자라면 전체 수익이 동일하지만 세금은 훨씬 많다. 손실과 상관없이 4000만원 수익에 대해 과세되기 때문이다. 종합소득세 대상이 돼 최고소득세율을 적용받을 때 세금은 1848만원으로 사실상 번 돈을 그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국내 주식에서는 거래세 0.3%가 부과되고, 해외 주식에는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22%가 부과되고 채권이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15.4%를 과세하는 등 상품별로 과세 방법이 달라 조세 형평성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