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하면 푸시 상품의 성격상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면서 보험회사의 보험 상품을 파는 전속 보험설계사들도 덩달아 고충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설계사'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점이 그 하나다. 실제 명함을 받아 어디를 찾아봐도 '보험설계사'라는 명칭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소위 재무설계사, 위험설계사라는 타이틀이 꿰차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 보험회사에서 보험설계사를 지칭하는 용어는 확인된 것만 최소 12개다. 이중 생명보험회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명칭은 'FC(Financial Consultant)', 'FP(Financial Planner)'로, 고객의 재무를 상담하거나 설계하는 재무설계사란 의미다.
손해보험사들은 대부분 RC(Risk Consultant, 위험관리사)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사고나 상해를 주로 보장하는 손보사 특성을 반영한 명칭이다. 이 밖에 PA(Prime Agent), LC(Life Consultant), FSR(Financial Services Representative), MP(Master Planner), SFP(Special Financial Planner) 등 하나같이 영문 일색이고 제 각각이다.
같은 'LC'라는 영문 타이틀을 사용하는 손보사의 경우 한 곳은 LC(Life Consultant)를 줄여 부른 것이고, 다른 한 곳은 LC(Lotte Consultant)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는 일은 '보험설계사'로 같지만 다르게 부른다.
이 외에도 자의적으로 보험설계사를 '금융전문가', '종합금융전문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명칭은 보험설계사 모집 광고에도 사용하면서 졸업을 앞두고 구직중인 대학생들이 보험설계사를 뽑는 것인데 이를 모르고 지원했다가 같은 시기 취업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실제 지난 겨울 취업시즌 대학가에서는 A생보사의 경우 '겨울방학 인턴 금융전문가과정'이란 현수막 광고를 내걸었다. B손보사는 '청년 금융체험단'을 모집한 바 있다. C생보사는 본사 대강당에서 인턴십을 표방한 보험설계사를 모집해 취준생들이 본사 직원 채용인지 알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모집 군을 정확하게 '보험설계사'로 표기했다면 오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일부 취준생들은 보험설계사인지 모르고 발을 들여놓았다가 상품 판매 압박으로 가족 등 지인 등에게 불완전 판매를 하고 끝내 그만두는 일도 있다. 이렇게 판매한 상품은 짧게는 몇 개월 후 또는 1~2년 내 민원이 발생하지만 '내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사이에 이뤄진 영업으로 초래된 것이라 민원이 다시 철회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감독당국은 보험사를 두둔하는 모양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영업 현장에서 보험설계사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완전 판매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며 명확하지 않은 명칭사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설계사라는 명칭을 정작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 또 보험회사에서 기피하는 배경에는 불신과 사기, 불완전 판매 등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 과거 영업행태가 자리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라는 명칭이 당초 부정적이었기 보다는 종사자나 보험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도 금융권에서 가장 민원이 많은 업종이 보험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설계사를 '재무설계사', '금융전문가'라고 부르는 것은 명백한 과장이며 나아가 보험 판매를 위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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