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실장급 3명이 나가면서 시작됐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이탈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수철 운용전략실장까지 사의를 표한 것으로 확인돼 기금운용본부는 실장급 이상 아홉 자리 가운데 세 자리가 공석이 된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운용 역량 확대를 위해 운용역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날, '넘버2' 운용역이 조직을 떠나겠다고 해 인력 확충 의지가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실장은 최근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이 실장 사직서가 인사팀에 접수되지 않았다"면서도 "사직 의사를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실장 사의로 공석인 주요 실장급 자리는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 주식운용실장, 대체투자실장 세 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6월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리를 맡던 조인식 해외증권실장이 사의를 표했으며, 7월에는 채준규 주식운용실장이 국민연금을 떠났다. 같은 달 김재범 대체투자실장이 사의를 표했고, 8월엔 고성원 뉴욕사무소장이 본부 복귀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 8월 임형주 해외주식위탁팀장이 해외증권실장으로 승진 임명됐지만 나머지 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다. 빈자리인 주식운용실장은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이 겸임하고 있고, 대체투자실장은 이재욱 기업투자팀장이 직무대리로 자리를 맡고 있다. 실장급 인사는 아니지만 뉴욕사무소장 역시 해외 사모투자를 담당하는 김현중 팀원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이사장은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운용기금 1000조원 시대를 대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을 현재 231명에서 적어도 500명까지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앞서 운용직 인력 확충을 시사한 바 있지만 이사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방침을 천명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운용직 보수 인상, 인력 규모 확대 방안 등을 담은 업무보고서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는 운용 인력을 단계별로 500명까지 확대하고, 운용직 보수 수준을 시장 평균(50%)에서 상위 25%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을 담았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정부와 국회에 국민연금이 운용역 수와 보수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해달라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인력 확충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 의지로도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엑소더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편 주식운용실장 자리를 채우기 위한 공모는 현재 진행 중으로 김태영 전 스팍스자산운용 CIO와 이승준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CIO 등이 이날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준호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