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인 KB국민은행장이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8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B국민은행] |
디지털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허 행장은 지난 4~9일 미국을 찾아 미쓰이스미토모(SMBC)은행과 JP모건체이스 같은 글로벌 금융사뿐 아니라 구글과 삼성전자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도 방문했다. 핀테크 혁신의 중심지에서 허 행장은 디지털의 중심에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닌 결국 사람이란 점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은행에 디지털을 도입한다고 하면 비대면 거래만 생각하는데 사실 대면 거래가 더 중요하다"며 "대면 채널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이전보다 은행 지점을 고객들이 더 상담하기 좋은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허 행장은 창구에서 직원들이 태블릿PC를 이용해 고객에게 자산 분석과 투자 상담을 해주는 JP모건체이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모든 소비자는 비대면과 대면 거래를 동시에 한다"며 "단순 송금 같은 업무는 모바일 채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지점에서는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상담 시간은 더 늘리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점 영업에 힘을 쏟기로 한 만큼 디지털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력·점포 축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재를 늘리는 동시에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확대한다. 허 행장은 "현재 국민은행 전체 직원이 1만7000명인데 이 중 4분의 1 수준인 4000여 명을 디지털 인력으로 채울 계획"이라며 "국내 핀테크 생태계 구축을 위해 펀드를 활용한 투자와 함께 은행이 보유한 금융데이터를 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클라우드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혁신기업 전용 벤처캐피털 펀드인 'CVC 펀드'를 향후 5년간 5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제휴를 맺은 핀테크 업체와 외부 개발자들이 은행의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글로벌 IB 육성과 관련해 허 행장은 "현재 세계 금융산업 트렌드가 기존 리테일 뱅킹에서 IB로 넘어가고 있다"며 "특히 일본 은행들이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독식하는 최강자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국민은행은 일본 SMBC은행과 맺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렛대 삼아 미주 대륙에서 나오는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허 행장은 "글로벌 PF는 워낙 규모가 커 여러 은행이 공동 대주단을 꾸리는 신디케이션론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여기에 적극 참여해 점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뉴욕·런던에 현지 IB사무소를 열어 3대 글로벌 CIB(기업금융+투자은행) 거점을 갖추는 전략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내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올해 급격히 늘린 중소기업 대출이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허 행장은 "그간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체질 개선을 한 만큼 지금의 국민은행은 최소한 다른 은행보다 건전성 지표가 떨어지지 않는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신했다.
취임 1년이 되는 이날 허 행장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중소·중견기업 일자리 행사인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 참석했다.
국민은행이 2011년 시작해 이번에 14번째를 맞은 이 박람회에는 국민은행 등 KB 계열사를 포함해 한국무역협회와 동반성장위원회 등이 추천한 우수기업 200여 곳이 참여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교육부와 직업계 고등학생들의 취업교육·지원을 위한 업무협약도
국민은행은 연 1~2회였던 박람회 횟수를 올해부터 5번으로 늘리고,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기업에 주는 채용 지원금을 신입사원 1인당 50만원에서 100만원, 업체당 지원 한도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또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중소·중견기업에 대출금리를 우대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