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가운데 중기대출이 100조원을 넘은 곳은 IBK기업은행이 유일하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만든 국책은행이어서 중기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 자산의 80%에 달한다. 국민은행처럼 가계대출 중심인 일반 시중은행이 중기대출 100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올해 주요 시중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기업대출 활성화 정책에 맞춰 경쟁적으로 중기대출을 늘렸다. 그중에서도 국민은행 대출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늘어난 이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총 8조5948억원으로 증가율은 9.6%에 달한다. 증가 규모와 비율 모두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 가운데 최대다.
그 결과 가계대출에 치중됐던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도 기업대출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달 말 국민은행 전체 대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6%로 4년 전 43.2%보다 2.4%포인트 늘었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이 올해 5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 국민은행 중기대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최근 은행권에서 소호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부동산임대사업자 대출 비중은 9월 말 기준 34.6%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소호대출을 뺀 중소법인 대상 대출도 같은 기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이 올 들어 늘린 중소법인 대출은 3조7579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많고 증가율도 13%에 달한다.
이처럼 국민은행이 기업대출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것은 "중소기업 금융을 키우라"는 허인 행장의 특명 때문이다. 평소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중기대출을 늘리기 위해 담보력은 부족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로봇·전기차 등 유망 분야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우대대출을 도입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