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위한 혁신과제로 △혁신기업 자금조달체계 개선 △전문투자자 육성 △상장(IPO)제도 개편 및 코넥스 강화 △증권회사 자금 중개 기능 강화 등 네 가지 세부 전략을 내놓았다.
먼저 금융위는 비상장기업투자전문회사(BDC)제도 도입, 크라우드펀드 중소기업 전면 확대, 소액 공모 조달 최대 100억원 향상 등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창구를 마련해 주기로 했다. 이는 국내 기업금융시장이 지나치게 은행 대출과 정책자금에만 의존하고 있어 자본 시장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지난해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는 총 235조4000억원이 조달됐지만 기업대출잔액은 814조4000억원으로 3배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은 회사채가 5조3580억달러인 데 반해 대출금 2조3140억원으로 국내와는 정반대다.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금융조달은 단 2.2%에 불과하고 대출이 전체의 73.4%, 정책금융이 23.4%를 차지하고 있다. 그간 자본시장에서 중소벤처에 자금조달이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는 BDC제도를 도입해 비상장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를 만들고 개인도 이 회사에 쉽게 투자하게 함으로써 중소기업 투자를 늘려갈 방침이다. BDC 회사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법인세 인하 등을 추진해 다양한 BDC의 출현과 투자 유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소액 자금을 모아 조달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도 종전 7년 이하 중소벤처기업에서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연간 조달금액도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난다. 복잡한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하지 않은 소액 공모는 그동안 10억원 이하 규모로만 가능했지만 30억원 이하 공모, 100억원 이하 공모 등으로 세분화해 자금조달 창구가 확대된다. 이 밖에 중소기업이 다양한 자산과 기술·지식재산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
기업의 증시 상장이 원활해지도록 상장제도 개편과 코넥스 역할 재정립도 진행된다.
지금껏 IPO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우리사주, 일반투자자, 기관, 펀드 등 공모 물량 배분 비율이 정해져 있어 수요예측과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정책형 수요가 많은 하이일드펀드 등을 중심으로 공모주 배정에 주간사의 자율 배분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 기관투자가가 IPO 이전에 추후 결정될 공모가격으로 주식 일부를 인수하기로 약정하는 '코너스톤인베스터제도'도 도입된다. 대형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독려하고 공모가격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또 상장 주간 증권사가 공모 물량의 최대 10%만 보유할 수 있는 최대 물량 인수 금지 조항도 이해상충 방지 장치 마련을 전제로 확대할 방침이다. 코스닥 인큐베이팅 시장으로 주목받는 코넥스에 대해서는 코스닥 이전 상장 시 각종 심사를 간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공모발행가액을 주간사 자율 결정에 맡겨 자금조달의 편의성도 높일 예정이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전문적으로 맡는 '중소기업금융 전문 증권회사'도 도입된다. 자본금은 단 5억원으로 기존 15억원에서 크게 줄어든다. 특히 금융위는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사업계획 타당성 심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중소기업금융 전문 증권회사는 기업자금조달 중개 및 비상장 증권유통 중개 업무를 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정된 업무만을 수행하는 만큼 각종 건전성 규제를 면제하고 업무보고서 제출 의무도 간소화할 계획"이라며 "자본시장연구원을 통해 사전 수요를 예측한 결과 2023년까지 28개 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본시장 전반적으로 규제를 혁파하는 대신 증권사와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책임감 향상을 기대하고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면 형사처벌과 과징금 상향 등 강력한 제재로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자본시장이 일자리 창출의 산파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미국은 고성장기업 5%가 신규 일자리의 66%(2010년 기준)를 담당하고,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과 혁신기업의 성장은 물론 투자의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