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1일 미래에셋대우는 3억달러 규모 미국달러화 표시 채권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채권 발행 금리는 미국 3년 만기 국채 대비 135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는 "수요 예측에 모집액보다 약 3배 많은 유효수요가 몰리며 가산금리가 당초 145bp에서 10bp 내린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미래에셋대우 해외 채권 발행 과정에서 자산운용사·펀드가 전체 물량 중 75%를 가져갔으며 은행이 21%, 나머지 4%는 보험·프라이빗뱅커(PB)·기타 투자자 등이 투자에 나섰다.
국내 증권사는 그동안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선 적이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가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은 해외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국내 증권사의 영향력을 국제 무대에서 확인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해외 투자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채권 발행은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미래에셋대우의 최근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미국, 영국, 홍콩에 위치한 빌딩에 투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승차 공유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디디추싱에 28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IB 관계자는 "이번 채권은 해외 투자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며 "미래에셋대우가 홍콩에서 비즈니스를 크게 할 수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해서 쓰이거나 자체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대우가 이번 해외 채권 발행에서 다른 아시아 증권사들보다 좋은 조건으로 발행에 성공해 해외 채권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번 해외 채권 발행 가산금리 135bp는 중국 증권사 그레이트월인터내셔널과 비교할 때 더욱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최근 그레이트월인터내셔널이 발행한 3년 외화 채권은 가산금리 140bp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그레이트월인터내셔널은 각각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Baa2, Baa1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그레이트월인터내셔널 신용등급이 미래에셋대우보다 높은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가 더욱 좋은 조건을 이끌어낸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환경과 국내 증권사 최초의 해외 회사채 발행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외 비슷한 신용등급 회사의 해외 채권 유통 금리 대비 가산금리 없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기술주 실적 부진 및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증시는 악화된 상태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채권이 발행된 지난달 31일 투자자들은 아시아물 해외 채권을 순매도했다. 이 같은 악조건을 뚫고 해외 투자자 확보에 성공한 것은 한국 채권의 신인도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채권 발행에 참여한 IB 관계자는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증권사가 은행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미래에셋대우의 발행 조건은 국내 은행들의 발행 조건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 신용등급이 더 낮은데도 좋은 조건을 이끌어낸 것은 한국과 중국에 대한 국제적인 신용도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며 "글로벌 마켓 현황이 어려워서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목표 금액을 모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려운 시장에서 성공적인 딜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동안 외화 채권 발행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룹사가 외화 채권을 발행할 때 주간사 보조 역할을 하는 '공동매니저'로서 이름을 올리
최근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각각 농협은행 글로벌본드, 기업은행 소셜본드에 '공동매니저' 방식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신호탄을 쏘아올린 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외화 채권 시장에 속속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